'일과 육아를 같이할 수 있을까.' 한국 여성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흔한 고민이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32?사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 대표가 아이돌보미 구인·구직 플랫폼 '맘시터'를 창업한 직접적 이유가 됐다.
맘시터는 0~10세 아이의 부모와 아이돌보미를 연결한다. △자녀양육 경험이 있는 '엄마 맘시터' △전공?특기를 살릴 수 있는 '대학생 맘시터' △교육 경험이 있는 '선생님 맘시터' 등이 아이돌보미로 활동한다. 아이돌보미 프로필을 본 부모들이 자신의 여건에 맞는 맘시터를 고른다.
아이 부모나 아이돌보미는 맘시터에 가입해 서로의 프로필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다만 서로의 연락처를 알려면 유료 회원이 돼야 한다. 아이돌보미는 자신의 사진·대학증명서·자격증·건강인증서 혹은 예전에 기록된 후기나 자기소개서·일정표 등이 공개된다. 이를 토대로 사정이 맞는 아이돌보미와 부모가 매칭된다.
정 대표는 창업 초기 대학생 맘시터만 운영했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부모들의 아이돌봄 서비스 요구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전문 선생님을 고용해 안정적인 아이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부모들도 많았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을 중요시하는 부모도 있었다. 정 대표는 이후 선생님 맘시터, 엄마 맘시터 서비스를 추가했다.
◆ "일·육아 양립불가 현실에 좌절…워킹맘 도우려 창업"
정 대표가 아이돌보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께다. 경영전략컨설팅 분야에서 새벽 2~3시까지 치열하게 일했던 정 대표는 문득 주변 여자 선배들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30~40대를 위해 일?가정 양립은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9시부터 6시까지 정시 근무할 수 있는 대기업으로 이직했지만 야근·출장 탓에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는 걸 주변에서 보고 충격 받았어요. 가만히 있으면 죄책감이 들 것 같아서 문제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정 대표는 우리나라 30대 기혼여성 중 60%가 임신·육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현실에 주목했다.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아이돌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잘 나가는 패션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2개월 만인 2016년 5월 스타트업 '맘편한세상'을 창업, 맘시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워킹맘이 일을 계속하려면 남편이나 시댁의 지지, 월급 수준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돌봄서비스의 비용, 질, 적시성 등 입니다. 아이돌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게 여성들의 사회참여율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 '후기'로 높인 서비스 신뢰도…부모들 육아 돕고 싶다"
현재 맘시터 무료 회원은 아이돌보미 20만명, 부모 10만명 정도다. 3년여간 누적 유료 가입자수는 3만5000명이다. 1년에 평균 유료 가입자를 1만여명 정도 모은 셈이다. 정 대표는 기존 아이돌보미 시장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후기 시스템'을 강화한 게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면접 후 일정 교육을 통해 아이돌보미를 파견하고선 이후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선 일절 책임지지 않는 기존 시장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는 아이돌보미가 과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어서다. 파견되는 아이돌보미 또한 부모가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아이돌봄 시장에서 외면되는 부분이 후기 체계예요. 인력업체에서 파견한 사람이 나쁜 후기를 받으면 (인력업체의) 교육 비용이 또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인력업체들이) 사후 관리에는 관심이 없고 등·초본 검사, 인성검사 등 아이돌보미에 대한 사전 관리에만 신경 써요. 사전 관리를 해도 메꿀 수 없는 부분이 많은데도 그랬던 거죠."
정 대표는 아이돌보미에 대한 '사후관리'가 안 되는 게 현재 아이돌봄 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돌보미의 '서비스 후기'를 강화했다. 안 좋은 내용의 후기를 한 번이라도 받은 아이돌보미는 맘시터로 활동할 수 없게 했다.
또 부모뿐 아니라 맘시터로 활동하는 아이돌보미도 부모에 대한 후기를 작성할 수 있게 했다. 양방향 후기 체계다. 한 번이라도 문자·전화·대면인터뷰를 해야만 후기를 쓸 수 있어 허위작성 여지도 없앴다. 이러한 후기들이 하루 평균 약 200개씩 올라온다.
"후기가 투명해져야 부모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문제를 일으킨 아이돌보미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죠. 아이돌봄 서비스 시장의 생태계가 좋아지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맘시터의 후기 체계에 대해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워킹맘과 워킹대디가 일하면서도 육아를 수월히 하도록 돕는 게 목표인 만큼 최근에는 웹으로만 하던 맘시터 서비스를 확장해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했다.
"앱으로 부모와 맘시터 간에 채팅이 가능한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맘시터의 질을 높여 부모와의 매칭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려 해요. 더 나아가 아이돌봄 분야에서 정부가 부족한 영역을 잘 채워주는 기업이 되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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