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겔러티는 뇌에서 편두통 증상을 유발하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분자에 결합해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하는데요. 동일한 기전의 CGRP 항체 의약품으로는 암젠과 노바티스가 개발한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뉴맙)’과 테바의 ‘아조비(프레마네주맙)’ 등이 있습니다. 에이모빅이 지난해 5월, 아조비는 같은 해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앰겔러티는 투약 1주차부터 효과를 보입니다. 첫 투약할 때 120㎎씩 연속 2회, 총 240㎎을 피하 주사하고 이후에는 월 1회 120㎎을 맞으면 됩니다. 주사제여서 병원에 가서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그래도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편두통이 오기 전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한국릴리는 앰겔러티를 편두통 ‘예방 약제’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임상 결과를 보면 예방약이라고 하기엔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한 달에 19일 편두통이 있는 환자가 주사를 맞으면 5일간 괜찮아지는 정도입니다. 물론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에 시달리는 편두통 환자에게는 획기적인 결과입니다. FDA가 혁신 치료제로 인정해준 것은 이런 이유에서겠죠. 하지만 예방약이라고 하면 백신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편두통 ‘사전 완화제’라는 설명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편두통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막아주지는 못하니까요.
만성편두통 환자에게 앰겔러티를 투여한 결과 월평균 19.4일 편두통이 생긴 환자는 3개월간 월평균 편두통 발생일수가 4.8일 줄었습니다. 환자 273명 중 28%의 편두통 발생일수가 절반으로 줄었는데요. 가짜 약을 투여한 환자도 발병일이 2.7일 줄어든 걸 보면 위약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신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앰겔러티는 항체 신약이어서 약값이 비쌉니다. 미국에서는 한 번 투여에 약 70만원. 연간 치료비로 1000만원이 듭니다. 편두통은 환자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질환이지만 대부분 약물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완치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고가의 약물을 계속 사용해야 합니다. 우울증처럼 다른 병으로 확산되기 전에 극심한 편두통 환자에게만이라도 보험 혜택이 확대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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