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싸도 매수 못하는 연기금

입력 2019-09-06 17:39   수정 2019-09-0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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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은행주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선 연기금의 보유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지금은 연기금이 10%까지만 은행주 지분을 가질 수 있다. 다만 10% 제한을 풀면 연기금을 통한 정부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일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은행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평균 0.4배까지 하락하며 저평가가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와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 때문이지만 은행주 보유 제한 규정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주 보유 제한 규정이란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따라 금융주력자(금융자본)는 은행·금융지주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지방은행은 15%)까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4%(지방은행은 15%)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비금융사 주식은 많이 들고 있지만 2011년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은행주는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를 초과해 은행주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 연구원은 “은행주는 이익 변동성이 작고, 배당 매력이 높아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많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이 대부분 은행주를 10% 가까이 들고 있어 연기금 위탁 운용사들이 은행주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재 부산·경남에 기반을 둔 BNK금융지주를 10.3% 들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9.7%), KB금융(9.5%), 신한지주(9.4%) 등이 10%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 제한에 걸리고, 공모 펀드는 계속된 환매로 매수 여력이 없다 보니 외국인의 은행주 지분율이 60~70%에 이르는 기형적인 소유 구조가 생겨났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원은 “수급을 외국인에게 의존하다 보니 외국인이 팔면 은행주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배당이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는 비판 때문에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를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은행주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은 5~6%에 달하지만 이는 주가가 내린 게 원인이다. KB금융은 2018년 이후 36.04%, 하나금융지주는 32.23%, 기업은행은 24.01% 하락했다.

다만 통제 장치 없이 10% 보유 제한만 푼다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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