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프랑스마을이었나

입력 2019-09-08 14:58   수정 2019-09-08 14:59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부유럽 지역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 중 왜 하필 프랑스 문화마을에 심취했고, 나아가 프랑스 체험형 테마파크를 지었는가?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던지는 질문이다. 프랑스 하면 언어가 유달리 매력적이고, 문화의 꽃을 피워냈기 때문일까?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인권선언을 했고 목가적인 아름다움을 지니며 예술의 선봉자 역할을 한 나라라는 이유 때문일까?

프랑스가 월등한 문화적 요소를 많이 지녔지만 특히 내게 매력적인 나라로 다가온 것은 <어린왕자> 때문이다. <어린왕자>를 쓴 작가, 생텍쥐페리가 다름 아닌 프랑스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프랑스라는 나라에 관심을 두게 됐다. 풍부한 문화적 배경 없이는 그런 아름다운 작품을 쓸 수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젊은 시절에 읽었던 그 동화는 아직도 내게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 작품은 주옥같았다. 다양한 독자층으로부터 그보다 더 사랑받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어린왕자는 장미꽃을 버리고 자신이 살던 별을 떠났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여기저기 다른 별을 방문하며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허영심 많은 사람, 술꾼,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 자신의 권위가 존중돼야만 하는 왕, 자신이 술꾼이라는 게 부끄러워 그것을 잊고자 술을 마시는 사람, 본인은 가보거나 체험하지 않고서 남의 말만 듣고 글을 쓰는 지리학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현대인의 기이하지만 낯익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었던 어린왕자는 외로웠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그들과 소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여우를 만난 어린왕자는 비로소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눈을 떴다. 자신을 그토록 성가시게 했던 장미였지만 다른 어떤 장미도 그 장미를 대체할 수 없었다. 장미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었으며 자신에게 단 하나뿐이고,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린왕자>를 읽으며 기념관을 짓고 싶었고 더불어 <어린왕자>의 저자 고향인 프랑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이들은 관광문화적 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냐고 말하지만 사실 쁘띠프랑스의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캐릭터와 캐릭터를 창조해낸 프랑스라는 나라를 재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쁘띠프랑스를 만들고 이 시간까지 오면서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삶에서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지 깨닫고 싶다면 또는 어린 시절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쁘띠프랑스에 방문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곳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동심의 초롱한 눈빛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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