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사진)은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CM)’가 12%로 나왔다”며 “화소 수(3300만) 기준으론 8K가 맞을지 몰라도 해상도 기준으론 8K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TV”라고 말했다. 화질선명도는 흰색과 검은색이 얼마나 잘 구별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100%에 가까울수록 선명하다는 의미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8K 해상도의 표준규격을 화질선명도 5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8K 75인치 TV와 함께 같은 크기의 LG전자 나노셀 8K TV, 소니 8K TV 등을 인터텍과 VDE 등 화질인증기관 두 곳에 맡겨 화질선명도를 측정했다. 박 부사장은 “LG 제품의 화질선명도는 90%, 소니는 80%였다”며 “기준을 밑도는 업체는 삼성전자 TV뿐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질선명도의 중요성에 대해 삼성전자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LG전자의 주장이다. 박 부사장은 화질선명도에 대한 내용이 있는 2016년 삼성디지털프라자 광고물과 삼성전자 뉴스룸 게시물 등을 증거로 공개했다. 그는 “LG전자 4K TV의 화질선명도가 삼성전자 제품보다 낮다고 공격했던 삼성전자가 왜 지금 와선 ‘모르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ICDM이 해상도의 표준규격(화질선명도 50% 이상)을 정할 때 삼성도 관련 논의에 동참했다”며 “2019년의 삼성전자가 2016년의 삼성에 물어보고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QLED 8K TV의 실질적인 해상도가 8K 하위 단계인 4K TV 수준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화소 수만 놓고 보면 4K는 약 800만 개로 8K(약 3300만 개)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석 LG전자 TV마케팅커뮤니케이션 상무는 “삼성의 8K는 4K 수준의 TV라고 봐야 한다”며 “표준을 정하는 건 산업이 공생하자는 취지인데 눈속임이 횡행하면 혼란스러워진다”고 비판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사실상 ‘속이고 있다’는 뜻도 드러냈다. 박 부사장은 “8K TV가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알고 사야 한다”며 “진실을 밝히고 표준이 뭔지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8K 협의체에 대해서도 “굳이 가입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6일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를 구성한 건 들어오라는 것”이라며 LG전자의 가입을 간접 촉구했다. 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골프엔 PGA 규칙이 이미 있는데, 따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홀은 참가선수 모두 파(par)로 하자’고 제안한다고 해서 그게 표준이 되는 건 아니다”며 “룰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야지, 제품을 만들고 나서 룰을 정하자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린=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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