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발표 이후 디플레이션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마이너스 물가가 장기화하면 소비가 위축되는 디플레이션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소비자들은 소비를 더 줄이게 되고 이는 기업의 생산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20년간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졌던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물론 한 번의 마이너스 물가만 가지고는 디플레이션을 예단하기 힘들다. 디플레이션은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한 번도 디플레이션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달 통계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물가가 계속 하향해 왔다는 점에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분간 물가 관련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디플레이션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질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수출입 동향과 고용 동향 등이 잇따라 발표된다. 이 역시 장기적으로 한국이 디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관세청은 오는 11일 9월(1~10일) 수출입 동향을 내놓는다. 통상 월초 10일간의 수출입 동향을 보면 그달 전체 성적을 예측해볼 수 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고 특히 최근 3개월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이어갔다. 이 같은 악화 흐름이 이번달에 다소 누그러졌을지가 관심이다. 반도체 가격이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은 희망적이지만 당장 수출 부진에서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날 통계청은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지난 7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9만9000명 늘었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저조했던 신규 취업자는 5월 이후 20만 명대를 유지하며 바닥을 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정부가 만든 단기 일자리 영향으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 노인 일자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업률도 7월 기준으로 19년 만의 최고치에 달했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청년 취업자가 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행은 9일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추정해 발표한다. 한은은 최근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한국GM 노동조합이 9일부터 11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첫 전면 파업이다. 경영계와 정부 일각에선 “GM의 한국 철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해외에선 일본 정부의 개각이 예정돼 있다. 일본 수출규제를 주도한 고노 다로 외무상이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한·일 관계에 변화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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