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검찰에 대해 집권 여당 핵심 지도부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응분의 조치’를 경고하고, ‘개인 의견’이라지만 청와대 비서들까지 나서 검찰에 날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도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7월 26일)한 게 불과 40여 일 전인데, 까마득한 과거처럼 만드는 ‘비현실적 사태’의 연속이다.
검찰이 조 후보자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함에 따라 정 교수는 참고인과 피의자를 건너뛰어 단박에 ‘피고인’ 신분이 되는 기록도 세웠다. 어느 모로나 정상적이지 못한 ‘초유’의 일들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면서 나라 전체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각계각층이 이런 미증유의 파동 앞에서 두 동강난 채 서로에게 온갖 증오의 언어를 내뱉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국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어리둥절함을 넘어 극도의 좌절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를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지만, 정작 만신창이가 된 건 이 모든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아닌가 싶다. 평지풍파에 가까운 소동을 벌이고 제대로 된 수습은커녕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부 여당의 정치리더십이 해외 언론에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어서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 사태를 연예뉴스 다루듯 희화화하는 보도까지 등장했다. 일본의 한 방송프로듀서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 관련 보도에는 한류드라마처럼 등장인물이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후보자와 그를 끌어내리는 ‘투쟁’의 선봉에 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학 동기(서울대 법대 82학번)인데 각각 ‘양파남’(비리 의혹이 계속 불거진다는 뜻)과 ‘얼음공주’로 불린다는 식이다.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할 책임은 국민들로부터 국가운영을 위임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주어져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법조, 대학, 문단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진영논리에 포획돼 갈가리 찢긴 채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고 악다구니를 퍼붓는 나라를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3년 전 ‘최순실 사태’ 때 “이게 나라냐”던 울분의 외침이 도돌이표를 단 듯 되풀이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이 클 것이다. 복잡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만, 다급한 마음에 판단을 그르쳐 나라 전체에 두고두고 화(禍)를 미치는 악수(惡手)를 두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당장의 정치적·진영적 이해득실이 아니라, 긴 안목의 역사의식과 국내외를 아우르는 큰 시각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난데없는 ‘조국 파동’에 휘말려 찢기고 비틀린 국민의 마음을 보듬고 회복시키는 일에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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