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을이면 찾아오는 임창정, 뚝심으로 빚어낸 '인생' 발라드

입력 2019-09-09 10:19   수정 2019-09-09 10:20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어김없이 감성 발라드의 끝판왕 임창정이 돌아왔다. 팬들의 기다림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손에 들린 것은 13곡이 담긴 묵직한 정규 앨범이었다. 한결같이 가수로서의 뚝심을 지키고 있는 임창정은 이를 통해 우리들의 '인생'을 노래하고자 했다.

임창정은 지난 6일 정규 15집 '십삼월'을 발매했다. '십삼월'은 '일월(All my life)'을 시작으로 '십삼월(Never ending)'까지 계절감을 담고 있는 트랙들로 구성됐다. 임창정하면 떠오르는 진한 발라드부터 미디엄, R&B, 풀 밴드 느낌의 재즈스윙 R&B까지 다채로운 곡들이 알차게 1년 하고도 하루의 달을 더 그려내며 하나의 인생을 완성했다.

앨범을 열면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임창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득 담겨 있는데, 이는 그의 아내 손에서 탄생했다. 정규 14집에 이어 15집에도 임창정의 아내가 앨범 사진 작가로 이름을 올린 것. 임창정은 "모든 사진 작가가 집 사람이다"라면서 "14집 때는 우연히 여행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좋은 사진이 많아서 앨범을 만들어보자고 한 거였고,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북미투어 때 같이 가서 사진을 찍었다"라며 뿌듯해했다.

타이틀 선정을 두고 '구월(September song)'과 '십삼월'을 고민했다는 그는 "앨범이 나오는 시기가 9월이니까 '구월'이랑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무조건 '십삼월'로 하자고 했다. '십삼월'이 우리한테 없는 달이지 않냐. 그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지만 그 사람이 날 사랑할 확률은 인생에 없는 거다. 그렇게 타이틀곡을 만들어 놓고 보니 12곡이 남더라. 그렇게 12월을 채웠다. 나름 계절에 맞는 느낌이 있다. 겨울은 정말 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십삼월'은 자신의 사랑을 모르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한결같이 바라보는 남자의 회한과 슬픔을 아프지만 아름답게 표현한 곡이다. 그간 히트곡 '또 다시 사랑', '내가 저지른 사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함께 작업한 멧돼지가 임창정과 또 다시 의기투합했다. 임창정은 가슴 아픈 사랑의 감정을 특유의 섬세하고 애절한 가사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십삼월'은 감정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기존 임창정의 곡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고음 사용을 절제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와 관련해 임창정은 "이번에 내가 곡을 많이 안 썼다. 다른 신인들 곡을 듣고는 거의 안 바꾸고 그냥 불렀다. 2곡 참여했고, 작사는 6곡을 했다"며 "내 스타일대로 고음을 넣을 법도 한데 차분한 곡들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살짝 다르게 하고 싶었다. 이번 곡은 내 곡 중들 중 유일하게 원키로 라이브가 가능하다. '또 다시 사랑'도 반키 내려서 방송을 했다. 그런데 이건 라이브를 원키로 할 수 있다"며 "노래 꽤나 부를 줄 아는 남자친구가 노래방에 가 여자친구 앞에서 완전 멋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다. 심심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난해에 서로 힘드니 힘든 곡을 만들지 않겠다고 예고했다"라며 웃었다.


'임창정표 발라드'에 대한 대중의 뿌리 깊은 인식이 있기에, 곡 작업시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하게 되지는 않을까. 임창정은 "멜로디를 쓰고, 글을 쓰는 건 사실 20년 전부터 똑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주실거라는 막연한 신념이 있다. 항상 그런 루틴의 곡을 쓴다. 나는 똑같이 한다. 변화 주는 방법도 모른다"라면서 "난 '임창정표 발라드'라고 한 적이 없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다르게 썼는데 또 '임창정표 발라드'가 나왔다고 하더라. 나올 때마다 그렇게 되는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내가 다르게 한다고 다르게 나오지는 않더라. 글도 보면 뻔하더라. 그때그때 시대에 맞게 느껴지는 느낌들로 멜로디가 나올 뿐이지, 다르게 하겠다고 해서 다른 곡이 나오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은 편곡이다. 요즘 어린 친구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편곡은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했던 것 같다. 편곡은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 노래보다는 라이트하다는 느낌이 드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매년 9월에 앨범을 발매하기에 가을하면 떠오르는 가수로 손꼽히는 임창정. 이에 대해 그는 "가을을 시작하는 길목에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항상 이런 발라드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고, 또 나도 일 년에 한 번씩 성적과 상관 없이 같이 듣고 불러줄 수 있는 노래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최소 미니 앨범, 혹은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다.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는 게 아닌 이상 웬만하면 매해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임창정에게 정규 앨범 발매는 부담이 아닌 선배 가수로서 마땅히 해내고 싶은 것이었다. "부담감은 없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요즘 다들 커봐야 미니 앨범을 내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다. 어린 친구들은 지금 스타일에 익숙한 게 당연하겠지만, 과거 우리는 그 때의 방식이 당연했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해주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나라도 이걸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의 스타일인 거다. 계속 정규를 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규 앨범의 경우, 타이틀곡 외에 수록곡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임창정은 "발매 의도가 내 감성과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1, 2년 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묻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 매니아층도 형성되는 것 같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요즘 소위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모든 곡을 임창정표 발라드로 똑같이 보겠지만 사실 다 요즘 편곡으로 나온 새로운 형태의 발라드다. 그래서 열심히 음악을 들으며 요즘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연구를 많이 한다"며 "우리 팬들도 내가 이런 편곡과 느낌을 하는 걸 보면서 '옛날 것만 고집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많이 노력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임창정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그가 종합엔터테인먼트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내는 신보이기 때문. 임창정은 "음원 성적은 거의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 같다. 될 곡은 묻혀 있다가도 역주행해서 되는 거고, 안 될 곡은 정말 많이 서포트를 해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난 열심히 해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면 된다.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렇게 임창정이 '십삼월'에 녹여내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결국 '인생'이라고. 그는 "이 앨범을 통해서 '좀 웃고 살자',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게 별 것 아니다', '아무리 네가 행복하다 주문을 외워도 결국 날 웃게 하는 건 시간'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앨범에 전체적으로 인생이 녹아있고, 각 노래마다 '이건 인생 어디서 느낀 걸꺼야'라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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