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 진영을 구축한 초고화질 8K TV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무더기로 출사표를 던졌다. 저가 공세를 탈피해 기술력을 높여가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선 8K TV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샤프·소니, 중국의 TCL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콩카 등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들은 8K TV 시제품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8개월 만인 이번 IFA에서는 실제 판매 가능한 양산용 제품들을 쏟아낸 게 차이점이다.
특히 TCL의 약진이 돋보인다. TCL은 65·75·85인치 8K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TV를 공개했는데 8K TV에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결합한 모델이 업계 관계자들 주목을 받았다. 8K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실제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IFA에서 가장 먼저 가 볼만한 전시관으로 TCL과 하이센스를 꼽았다. 전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나란히 뒤쫓고 있는 중국 업체 2곳을 지목한 것이다.
TCL은 지난 2분기 삼성전자(31.5%) LG전자(16.5%) 소니(8.8%)의 뒤를 이어 6.3%의 점유율로 글로벌 TV 시장 4위를 차지했다. 5위는 하이센스(6.2%)다. 하이센스는 이번 IFA에서 85인치 8K ULED TV와 100인치 소닉 레이저 TV를 선보였다. 두 기업 모두 내년 초부터 8K TV를 정식 판매할 예정이다.
전시관에서 만난 TCL 관계자는 "8K TV 패널을 자체 제작 중이다. 저화질 콘텐츠를 8K 수준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업스케일링' 기술도 갖추고 있다"며 "내년 2분기 아시아 시장부터 8K TV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1월 CES에서 8K TV 데뷔전을 치른 하이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유럽 시장에 8K TV를 출시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 선전에 국내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무서우리만큼 빠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작년 IFA에서 8K TV를 공개한 지 1년 만에 여러 중국 기업이 8K TV를 내놓았다. 중국 업체들 제품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IFA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내년 1월 열릴 CES가 중국의 진짜 8K TV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 국내 업체들도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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