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상 상하관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에 근거해 피해자 김지은 씨(34)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9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믿기 어렵고,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안 전 지사는 피해자가 자신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그 둘 사이의 내부사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법정구속시켰다.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해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며 “피해자가 범행 전후에 보인 일부 언행 등이 성범죄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피해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에 해당한다”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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