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등기 이뤄지면 집주인 법적 소유권 상실…전세계약 前 신탁원부 확인해 先순위 따져야

입력 2019-09-10 17:05   수정 2019-09-10 17:06

전세 계약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법률행위 중 하나다. 특히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금을 떼일 염려’에서 안전한 지위를 차지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최근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선순위권이 과도하게 설정된 부동산을 안전한 물건처럼 위장해 전세 계약을 유도하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부동산 신탁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신탁 부동산은 다양하고 복잡한 법률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도 잘못된 거래 관행이나 오해가 널리 퍼져 있어 전세 사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가장 흔한 사례로는 ‘소유권’에 대한 오해를 꼽을 수 있다. 부동산 신탁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위탁자가 부동산신탁회사 등 수탁자에게 부동산 관리나 처분 권한을 위임하면서 신탁등기를 하게 된다. 이때 신탁의 ‘맡긴다’는 뜻 때문에 소유권은 여전히 위탁자가 갖고 수탁자에게 잠시 등기를 맡겨 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신탁 등기가 이뤄지면 어디까지나 법률적 소유자는 등기 명의인인 수탁자가 되고 위탁자는 소유권을 상실한다. 위탁자와 부동산 계약을 덜컥 체결했다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로, 부동산등기부등본이 깨끗하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신탁 부동산의 등기부는 신탁등기 이후로는 담보권 없이 단순한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선순위권이 없는 안전한 부동산으로 알고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신탁 부동산에 대한 권리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신탁등기 옆에 기재된 신탁원부 번호를 확인한 뒤 해당 신탁원부를 추가로 발급받아 체크해야 한다.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취급돼 신탁원부에 선순위가 기재돼 있다면 ‘등기된’ 선순위권으로 간주한다. 신탁원부상 우선수익권자가 설정돼 있다면 해당 채권최고액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후 설정되는 전세보증금보다 순위가 앞선다. 따라서 신탁 부동산의 담보 능력을 따질 때는 신탁원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부동산의 임대 권한에 대한 오해다. 현실적으로 신탁 부동산은 위탁자가 여전히 임대 등 부동산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위탁자가 임대인이 되는 것을 당연시하기 쉽다. 그러나 법률상 소유권도 없는 위탁자에게 저절로 임대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탁자에게 임대 권한이 있는지는 신탁원부에서 비로소 확인할 수 있고 특히 임대 시 수탁자나 수익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이나 전세보증금 납입 계좌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없다면 임대 권한이 없는 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인과 임차인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보통의 전세 계약과 달리 신탁 부동산은 더 다양한 이해가 대립되고 많은 법률 문제가 숨어 있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신탁 등기된 부동산을 전셋집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신탁원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안전한 계약인지 체크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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