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 "유럽축구 패키지 내놨더니 처음 본 여행자도 금방 친구"

입력 2019-09-10 17:24   수정 2019-09-11 03:00

여행은 만만찮다. 항공·숙박 예약이 끝이 아니다. 여행지에서의 놀거리를 찾아보고 적절한 이동수단도 물색해야 한다. 만사가 귀찮고 골치 아픈 소비자들을 겨냥해 나온 게 패키지 여행 상품이다. 복잡한 일을 전부 대신해 주는 신통방통한 상품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패키지 여행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자유 여행이 대신하는 분위기다. 20대와 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십중팔구 자유여행을 택한다.


레드오션으로 되돌아간 마이리얼트립

자유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시장과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패키지 여행 상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패키지 여행의 강점인 편안함에 다양한 콘텐츠까지 얹으면 시장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패키지 여행 시장이 급감한 이유로 ‘불편’을 꼽았다. 여행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치 않는 쇼핑을 강요당하고 옵션을 떠안아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 여행 가이드의 서비스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 가이드 비용이 낮게 책정돼 있다 보니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다는 게 이 대표의 해석이다. 더 큰 문제는 팀 구성이다. 연령과 성별 관심사가 다른 수십 명의 사람이 모인 것부터가 ‘비극’이다. 이들에게 서로는 불편한 존재다. 함께라서 즐거운 게 아니라 고통스럽기만 하다.

마이리얼트립의 패키지 여행은 ‘프리미엄 여행’을 추구한다. 가격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다. 쇼핑과 옵션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여행의 테마도 가급적 뚜렷하게 잡는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야 패키지 여행 특유의 어색함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유럽 축구를 테마로 패키지를 만들면 축구라는 하나의 관심사로 사람들이 모인다”며 “이동하면서도 숙소에 가서도 축구 이야기로 꽃피우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된다”고 설명했다. 패키지 여행이 단기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리얼트립은 여러 테마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독서모임 커뮤니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트레바리와 함께 기획한 ‘왕자웨이 홍콩 투어’가 대표적이다. 왕자웨이는 아비정전, 중경삼림 등을 만든 홍콩 영화의 대부다. 트레바리 커뮤니티에서 왕자웨이 감독과 관련한 책을 함께 읽은 뒤 마이리얼트립 패키지 상품으로 홍콩을 찾는 게 테마 여행 상품의 골자다.

이 대표는 패키지 여행의 꽃을 ‘가이드’로 보고 있다. 여행 상품 설명서의 맨 첫머리를 가이드의 이력으로 채운 이유다. 이 대표는 “같은 풍경, 유적을 보아도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경험 차이는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 위한 영상 작업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7월 패키지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스타트업 가이드라이브에 투자했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 김지형 대표와 유로자전거나라에서 가이드 및 상품 개발을 전담한 한주영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전문 가이드 중심의 여행 기획사’가 이 회사의 모토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은 유통에 집중해왔던 회사”라며 “기획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가이드라이브와 같은 외부 전문가들과 손잡았다”고 설명했다.

추천 알고리즘도 강화

본업인 ‘자유여행 플랫폼’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플랫폼에 접속하면 항공권과 숙박, 액티비티, 교통패스, 입장권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항공과 숙박을 빼도 보유한 상품이 2만 개에 이른다. 세계 690개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7년 470억원 안팎이었던 여행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1400억원 선까지 늘었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와 맞먹는 1400억여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연말이 되면 연간 누적 거래액이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인천에서 파리로 가는 대한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네 장 끊은 사람에게 프리미엄급 호텔을 추천하는 식이다. 지갑이 두툼한 가족 여행객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이코노미 항공권을 한 장만 산 소비자는 십중팔구 배낭 여행객이다. 이들에겐 ‘가성비’가 높은 한인 민박을 추천한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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