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車반도체 '도전장'…美 듀폰 웨이퍼 사업부 인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한다. 미국과 일본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듀폰의 SiC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술력을 확보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미국 현지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iC 웨이퍼는 실리콘과 탄소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한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로 제작한 웨이퍼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때 주로 쓰는 기존 웨이퍼의 재료는 실리콘이다. SiC 웨이퍼는 에너지 효율이 높다. 실리콘 웨이퍼와 비교해 전력 변환 손실도 10분의 1 수준이다. 경도는 9.3으로, 다이아몬드(경도 10)만큼 단단하다. 고전압·고열에도 잘 견디는 특성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150㎜ SiC 웨이퍼에 대한 자체 설계 및 양산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듀폰 등 소수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13억달러에서 2025년 52억달러로 세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 반도체 시장은 독일 인피니온, 보쉬 등 글로벌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SK실트론이 듀폰의 R&D 인력부터 독자 생산설비 및 운영 노하우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SK그룹은 전기차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SKC의 동박 사업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