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0일(18: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년 전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 쓴맛을 봤던 KCC건설이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투자자들이 치열한 매수경쟁을 벌인데 힘입어 희망금리 대비 1.8%포인트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게 됐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C건설은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연 2.791%의 금리로 발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당초 이 회사가 제시한 희망금리(연 4.591%)보다 무려 1.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발행된 회사채 중 희망금리와 확정금리 간 격차(낙찰가율)가 가장 크다. 2012년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청약) 제도 도입 이후로 놓고 봐도 한화건설(2018년 –2.02%포인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KCC건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일곱 번째로 높은 ‘A-’(안정적)다.
2년 전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KCC건설은 2017년 10월 300억원어치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 들어온 매수주문은 절반인 150억원에 불과했다. 발행금리가 연 5.686%에 달했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다. 당시 팔리지 않은 채권물량은 모두 발행 주관사가 인수했다.
고금리채권을 담기 위해 투자자들이 과감히 낮은 금리로 매수주문을 낸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자금 조달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이번 수요예측에 들어온 ‘사자’ 주문규모는 1980억원으로 모집액(300억원)보다 여섯 배 이상 많다. 가파른 금리 하락세로 주요 회사채 금리가 연 1~2%대로 주저앉으면서 연 4%가 넘는 고금리채권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희망금리를 최고 연 6.1%까지 제시했던 한양도 지난 9일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웃도는 매수주문을 받는데 성공했다. 한양의 신용등급은 KCC건설보다 한 단계 낮은 ‘BBB+’(안정적)으로 비우량등급으로 분류된다. 반면 한양과 신용도가 같은 대한항공 ㈜한진 한화건설은 연 2%대 후반에서 연 3%대 초중반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다가 채권 투자수요를 모으는데 실패했다.
실적 개선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KCC건설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7253억원, 영업이이은 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2%, 19.3% 증가했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 완료, 토목부문 원가율 개선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3.6배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도 올해 6월 말 2.8배로 낮아졌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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