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만 못한 2019 ‘타짜’…흙수저 언급 공허해
|승자와 패자? 세상 모르고 사는 삶!
[김영재 기자] 도박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다. 먼저 암이다. 먼지를 덮어쓴 채 강원랜드 여기저기 방치된 차들. 인간은 절제를 모른다. 다음은 명이다. 어쩌면 도박은 가장 공정한 승부다. 11일 개봉한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이하 타짜3)’에서 주인공 도일출(박정민)은 다음을 빈정댄다. “얼마나 좋아? 금수저나 흙수저나 카드 7장 들고 치는 건 똑같은데? 훨씬 해볼 만한 거 아냐?” 출신이 어떻든 실력만 좋다면 나는 그의 승자다.
본론부터 꺼내겠다. ‘타짜3’는 1편을 뛰어넘지 못한 범작이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만큼의 대사는 없고, 캐릭터 개성은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하며―특히 애꾸(류승범)는 ‘첫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이 딱이다.―, 반전은 요식 행위에 그친다.
물영감(우현)을 털어먹으려는 팀 ‘원 아이드 잭’의 공모(共謀)는 순간 케이퍼 무비를 떠올리게 하나, 팀원 개개의 개성만 잘 빚어냈을 뿐 그 진행에 막 흥이 나는 일은 없다. 또한, 영미(임지연)를 향한 까치(이광수)의 사랑에 제일 눈길이 가는데, 그 이유는 작품을 떠받쳐야 할 마돈나(최유화)에 대한 도일출의 마음이 “측은지심”이라는 얇은 살에 기대어 있어서다. 이왕 사랑하려면 화끈하게. 그것이 ‘필사즉생’ 도박에 맞닿은 사랑이 아닐까.
도박이 공정해서 좋다고 한 주인공이 결국 악인의 승리법으로 게임에 이긴다는 것도 불만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카드 ‘원 아이드 잭’의 현신인 그가 결국 악으로써 악을 응징한다는 귀결은 결과가 공정하다면 과정은 문제없다는 장르적 출구다.
박정민은 ‘단독 주연’이 아직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영화 ‘변산’에 이어 다시 흙수저를 연기함으로써 홈구장인 ‘일상성’에서 상업적 활로를 찾는 영리함을 보이고 있다.
밴드 송골매 1집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가 엔딩곡이다. ‘고락(苦樂)에 겨운 내 입술로 / 모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시인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차용한 노래로, 가사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두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내가 알던 세상과 실제 세상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의 ‘자학’이고, 다른 하나는 처세술 대신 나만의 길을 따랐다는 ‘자랑’이다.
철없이 살았다는 직해도 가능할 테지만, 도일출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자랑에 가깝다. 삶은 도박 그 이상이라는 그를 보면 말초적 쾌감에 휘둘려 인생을 고작 ‘게임’에 비유하는 세속이 얼마나 속된가를 알 수 있다. 고락에 겨운 입술이 부끄럽지 않은 삶, 어려우나 그래서 가치 있는 그 삶을 고작 트럼프 7장이 일깨운다는 것은 분명 남는 장사다.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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