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판매 전쟁 불붙었다

입력 2019-09-11 15:41   수정 2019-09-12 00:51

“‘거꾸로 NEW(뉴) 콘덴싱(응축) 가스보일러’로 교체하면 최대 2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 보일러가 12일부터 선보이는 TV광고의 한 대목이다. 배우 지진희 씨가 모델로 나오는 이 광고에서 정부 지원금을 알리는 메시지를 담았다. 서울 마곡동 ‘귀뚜라미 냉난방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일반 소비자에게 ‘거꾸로 타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구매 혜택도 소개한다.

귀뚜라미 경동나비엔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에너시스 등 보일러 업체들이 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미세먼지와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판매가 늘고 있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가 대상이다. 정부가 내년 4월부터는 보일러를 바꾸거나 새로 설치할 때 무조건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하도록 법규를 개정한 것도 콘덴싱보일러를 내세우는 배경이다.

내년 4월부터 친환경 보일러 의무 설치

내년부터 노후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새 건물을 지을 때 난방은 의무적으로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해야 하는 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광역시 등 대기관리권역 안에서 환경표지인증 기준을 충족한 친환경 보일러만 공급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법안의 주 내용이다.

국내에 보급된 지 30년이 넘은 콘덴싱보일러는 난방에 사용된 배기가스 내 수증기를 물로 응축하는 재활용 과정을 통해 난방과 온수 생산에 한 번 더 사용한다. 일반 보일러가 연소 과정에 발생한 배기가스 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과 방식이 다르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 농도가 일반보일러(173ppm)보다 크게 낮은 20ppm 수준이다. 또 열효율은 92% 이상으로 일반보일러(76~83%)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난방비는 연평균 13만원가량 절약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콘덴싱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20만원가량 비싸다. 환경부는 올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 지원 사업’을 통해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하면 가구당 20만원(총 360억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10월 6개 보일러 제조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정에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하면 보조금 지원, 가격 할인, 무이자 할부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10년 이상 된 노후 보일러 5만 대(당초 1만2500대)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하도록 선착순으로 지원한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콘덴싱보일러 판매 비중이 40%를 웃돌아 예년보다 3%포인트가량 높다”며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콘덴싱보일러 판매량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친환경보일러 교체 수요 덕에 시장 활기

2010년 이후 국내 보일러 시장은 정체 상태다. 연간 판매대수는 120만~130만 대, 금액으로는 8000억~1조원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 의무화를 계기로 보일러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보일러는 건설회사 등이 주택 시공 때 설치하는 B2B(기업 간 거래) 제품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보통 10년인 주택의 보일러 교체 시기가 도래하고 보일러업체들이 제품의 특징을 내세운 홍보를 강화하면서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보일러 선택 기준은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 대리점의 마케팅 능력 등 다양하다. 다만 콘덴싱보일러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상대적으로 높다. 경동나비엔도 예년보다 이른 다음달 초 CF 방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제품의 특징과 장점도 다르다. 경동나비엔은 부식이 잘 되는 동 대신 스테인리스 재질의 열교환기를 사용한 점을, 귀뚜라미는 보일러에 지진감지기 등 특수 기능을 추가한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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