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서울 우면동에 있는 삼성의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았다.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 이후 첫 대외 행보다. 재판(서울고등법원)에 대비하면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비롯한 정상적인 기업 경영 활동은 변함없이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내 삼성리서치를 방문했다. 지난달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한 뒤 보름 만에 현장 경영을 재개했다. 삼성리서치는 TV와 스마트폰 같은 세트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 연구조직이다. 삼성리서치 소속 R&D 인력은 1만여 명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14개 연구거점에서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리서치의 주요 연구과제 현황을 보고받고 차세대 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 차세대 디스플레이, 로봇, 증강현실(AR) 등 선행기술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과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부사장), 조승환 삼성리서치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들에게 “오늘의 삼성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였다”며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미래 선행기술의 글로벌 R&D 허브인 삼성리서치를 찾은 것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강도 높은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8월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약 25조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 분야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한국과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5개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 활동을 재개한 직후부터 유럽과 북미로 출장을 다니며 세계 석학들을 잇달아 만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상과 미래 기술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핵심 인재 영입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미래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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