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고민거리에 국제 유가가 추가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잠정 가동 중단되면서 중동 정세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국제 유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안 그래도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던 한은으로선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됐다.
한은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놓고 대응책을 모색한 자리였다. 한은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 금융시장 동향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무역협상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인 점은 위안거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2일 예금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한 점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게 했다.
다만 국제 유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의견이 많았다. 올 들어 수출 부진이 심해지는 가운데 중동 시장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으로 수출 시장 가격경쟁력이 더 하락할지 모른다는 전망에서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 신흥국 불안 등으로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자 최근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등 주요 정책부서에 기존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을 보완해 더 악화된 상황을 가정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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