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빛 - 장승리(1974~)

입력 2019-09-15 17:22   수정 2019-09-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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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는 하늘로 떨어진대
그래서 하늘이 떨어지지 않는 거래

시집 <반과거> (문학과지성사) 中

하늘은 떨어질 리 없다. 아래가 아닌 위로 떨어질 리도 없다. 그러나 시인은 떨어진다는 동사에서 하늘을 떠올린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한쪽 끝이 올라가면 한쪽 끝이 내려가는 시소처럼 당연한 일들 반대편에서는 어떤 슬픔이 자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늘이 떨어지기 전에 새가 먼저 하늘로 떨어져 우리가 무사히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거란 아픈 상상을 따라가 본다. 죽으면 별이 된다는 오래된 믿음처럼 새의 죽음은 하늘과 부딪히기 직전에 눈부신 빛이 될 것만 같다. 가을 하늘이 더욱 높디높다. 그 선명한 하늘에 작은 새가 자꾸만 더 작아지고 있다. 떨어지고 있다. 하늘이 떨어질까 봐. ‘반짝’ 빛이 난다. 그렇다면 거기에 한 번 더 희망을 걸어도 좋겠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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