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 '발등의 불'…기업·회계법인 간 '소통'이 우선"

입력 2019-09-16 16:14   수정 2019-09-16 17:23

“내년은 ‘한국판 삭스(SOX: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불리는 새 외부감사법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의견이 나오는 첫해인 만큼 혼란이 예상됩니다.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미리 대응해야 합니다.”

한은섭 삼정KPMG 감사부문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 외부감사법에 따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는 기업경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제표 오류와 관련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 재무보고와 관련된 회사 업무를 관리·통제하는 내부 시스템이다. 2019년 감사보고서(2020년 공시)부터는 검증 수준을 강화해 회계법인의 ‘검토의견’이 아니라 ‘감사의견’을 받아야 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 먼저 적용하고 2023년부터 전체 상장사로 확대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 한해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기업을 ‘투자주의환기’ 종목으로 지정하고 2년 연속 비적정을 받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올린다.

한 대표는 “미국에선 삭스법이 도입된 첫해에 적용 대상 기업의 15.7%가 비적정 의견을 받았을 정도로 적지 않은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부실 운영한 게 드러났다”며 “한국이 미국보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수준이 더 낫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이어 “기업들이 생각하는 내부통제 수준은 적정 감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시행 초기에는 기업과 감사인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 기업과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관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회사 업무체계인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제표 수치와 달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선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내년 3월 감사의견을 받는 12월 결산법인은 연말에 감사를 받았다간 개선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정KPMG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기업의 내부통제 재구축 프로젝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한 대표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내부통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대표는 새 외감법 시행에 맞춰 삼정KPMG의 감사본부 조직을 재편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계법인 중 처음으로 설치한 금융, 정보통신, 소비재 등 산업별 조직을 확대 개편해 운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피감사 기업을 지정해주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감사 수임 단계부터 감사보고서 발행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감사위험을 모니터링하는 ‘감사품질위원회’와 감사팀의 실무적인 문제를 지원해 감사 품질을 올리는 ‘감사 코칭팀’도 신외감법에 맞춘 신설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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