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후 곧바로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의 첫 항목은 “예금금리를 연 -0.4%에서 -0.5%로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며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현행 연 0%, 연 0.25%로 동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결정하는 정책금리다. 한국의 정책금리는 한국은행이 매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기준금리다. 한국은행과 금융회사들 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시 적용하는 금리다. 2008년 3월 이전에는 사실상 콜금리가 기준금리로 활용됐다. 반면 ECB는 6주마다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뿐 아니라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함께 결정한다.
한은 기준금리는 해외에선 통상 영어로 ‘base rate’ 혹은 ‘key interest rate’로 표현된다. 반면 ECB는 예금금리와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 등 세 종류의 금리를 모두 ‘key interest rate’라고 부른다. 기준금리는 ‘main refinancing operations’으로 표현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리파이낸싱 금리다. 줄여서 레피(refi)금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선 우리가 흔히 기준금리로 번역하는 레피금리는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다. ECB가 시중은행에 채권을 일정 기간 뒤 다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방식으로 거래할 때 적용되는 금리이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에 붙는 금리라는 뜻이다. ECB는 7일물 RP 금리를 레피금리로 사용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도 마찬가지로 7일물 환매조건부증권 매각 시 고정입찰금리다. 이 때문에 레피금리를 고정입찰금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ECB가 이번에 0.1%포인트 인하한 예금금리는 한 마디로 예치금리다. 시중은행이 ECB에 단기자금(1일 기준)을 맡기고 받는 금리다. 영어로는 ‘deposit facility rate’로 불린다. 시중은행이 ECB에 요구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수준의 예금을 ‘대기성수신’(deposit facility)에 예치하면 초과지준에 대해 ECB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로존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ECB의 예금금리가 시중금리에 비해 크게 낮아 초과지준 규모가 미미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한데다, 시중은행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커지면서 ECB 초과지준 규모가 급증했다.
ECB는 2014년 6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는 초강수를 뒀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들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초과지준을 예치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늘어난 시중유동성을 민간대출 확대로 유도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겠다는 취지였다. ECB는 2014년 6월 예금금리를 연 -0.1%로 인하하는 등 2016년 3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연 -0.4%까지 내렸다. 그러나 올 들어 유럽 경기침체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ECB가 3년 6개월만에 또 다시 예금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ECB뿐 아니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비(非)유로존 국가 중앙은행들도 대부분 예금금리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한계치인 제로까지 도달한 상태에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시중은행에 ‘벌금’ 명목의 비용 부과를 통해 자금을 시중에 유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덴마크와 스위스 중앙은행은 일정 한도를 넘어선 초과지준에 대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일본도 비슷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16년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일본은행 당좌예금) 신규분에 대해 연 -0.1%의 금리를 매기는 방식이다.
한계대출금리도 ECB의 세 가지 핵심 정책금리 중 하나다. 이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내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다. 이달 기준으로 예금금리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은 연 0.25%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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