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MW가 퍼뜨린 자동차문화의 가치

입력 2019-09-17 08:20   수정 2019-09-24 14:06


 -소비자 경험 넓히려는 노력의 일환
 -자동차 문화 시설 넓히는 본보기 돼

 5년 전 BMW가 인천 영종도에 전용 트랙을 지었을 때 사람들은 신기해하는 동시에 의아해했다. 대규모 드라이빙센터가 얼마나 쓸모가 있을 지, 효율적인 관리는 가능할 지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더구나 비용을 내고 자동차 교육을 받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에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시도는 신선했지만 지속적인 운영 가능성에 대해 사람들이 물음표를 가진 것.
 

 5년이 지난 올해, 당사자인 BMW코리아는 드라이빙센터에 대해 어떻게 자평할까. 회사는 자동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자동차문화를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8일 BMW코리아는 소비자의 즐거움을 배가할 서비스문화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드라이빙센터에 대한 5년간의 실적과 비전을 소개했다. 드라이빙센터는 2014년 개장 후 올해까지 꾸준히 방문자가 늘어 누적 85만 명을 넘겼다. 하루에 주중에는 약 500명, 주말에는 1,000명 넘게 찾았다고 한다. 인기요인으로는 오픈형 체험공간이 한 몫했다. 값비싼 수입차를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만지거나 다룰 수 있어서다.  

 드라이빙센터는 나이를 비롯한 어떠한 제약도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자동차와 친해질 수 있다. 실제 방문자의 30%가 여성이며, 22%가 아이들인 점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그 만큼 드라이빙센터는 기계로서의 자동차뿐 아니라 세미나와 강연, 카페, 유아교육 프로그램 등 자동차와 연관된 폭넓은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초보부터 숙련자까지 체계적으로 갖췄다. 또 시즌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계절에 맞춰 안전운전 노하우 전수도 가능하다.


 공항과 붙어 있다는 지리적 입지조건도 잘 활용했다. 장기주차 서비스는 BMW 오너들에게 인기가 좋고, 외국인들은 긴 환승시간을 이용해 이색장소로 이 곳을 방문한다. 롤스로이스 스튜디오와 트랙을 갖추고 있어 아시아권 구매자들은 일부러 드라이빙센터를 찾기도 한다.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자동차 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드라이빙센터가 생긴 후 국내 자동차문화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함께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한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유사한 드라이빙센터를 선보였다. 벤츠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임대계약을 맺고 벤츠 전용 드라이빙센터를 꾸몄고, 현대차는 강원도 인제 서킷을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로 바꾸고 365일 연간 상설 운영하고 있다.  

 이 처럼 자동차업체들은 차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브랜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선두주자로서 안정적 기반을 닦은 BMW 드라이빙센터는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중이다. 먼저 125억 원을 투자해 공간을 확장한다. 또 고성능차를 다루는 심화 트레이닝 단계인 'BMW M 레벨2'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트랙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신규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통합 체험공간의 기능을 강화해 더욱 풍부한 컨텐츠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드라이빙센터 자체의 흑자 전환 방안과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BMW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가치와 방향을 강조하지 않고, 자동차를 편하고 자연스럽게 마주하면서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한국시장에 대한 BMW의 신뢰와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장기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인다. 화재 이슈 후 자동차 신규 구매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도 될 수 있다. 5년 전 드라이빙센터를 통해 BMW가 시작한 자동차문화가 무엇인지, 소비자를 위한 BMW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BMW의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을 응원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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