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다.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합병하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공개 제안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칼같이 선을 그었다. 은 위원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은·수은 합병론과 관련해 “이 회장의 사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라며 “굳이 갈등을 일으켜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취임 직전까지 수은 행장을 지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공식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담조로 “수은 본점 건물이 원래 우리 땅이니 찾아와야겠다”고도 했다. 개인 의견을 전제로 달았지만, 이 회장이 금융권의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묘한 파장이 일었다.두 국책은행은 기업금융 지원과 구조조정 업무에서 기능이 일부 겹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산은은 금융위원회, 수은은 기획재정부로 주무부처부터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산은·수은 합병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칫 부처 간의 힘겨루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갑작스레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수은 내부에서는 격한 반발이 일고 있다. 수은 노조는 “이 회장이 자신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을 감추려는 의도”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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