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인력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등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재를 하청 혹은 재하청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일감 부족을 호소해왔다. 가뜩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게다가 지난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감 부족으로 인력 채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사람(채용)이 제일 무섭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의현 대표는 “업계에선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힘든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이 필요없는) 자동화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지난 2년간 10여 명의 직원이 그만둬도 충원하지 않았다. 이 회사 대표는 “납품하는 원청사 중 올해 또는 내년에 신규 사업이나 투자 계획을 내놓은 곳이 없다”며 “일거리가 줄어 숙련된 인력조차 데리고 있기가 버겁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은 공장 가동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국가산업단지에서조차 제조업체 가동률은 매년 4~5%포인트 떨어지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포털 이클러스터넷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 등이 다수 포진한 인천 남동산단의 가동률(지난 6월 말 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포인트 낮은 61.6%까지 떨어졌다. 공장설비를 최대 생산 가능한 수준의 60%만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제조업체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시화산단도 상반기 말 공장 가동률이 67.9%에 머물렀다. 철강·기계·비금속·화학 등 대부분 업종의 가동률이 1년 새 하락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에 의지하는 표면처리(도금)·금형 등 뿌리산업 기업들도 인력 채용을 줄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지난 1분기 외국인 근로자(E9·비전문취업) 신청률은 98.5%다. 정부가 공급하는 인력(9996명)보다 중소기업 수요(9842명)가 적다는 뜻이다. 중기중앙회가 올해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하지 않은 중소기업 1만117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2%가 “경기 부진과 경영 악화,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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