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펀드 의혹' 조국 5촌조카 구속…정경심, 증거인멸 직원에 '나를 배신해'?

입력 2019-09-17 06:23   수정 2019-09-17 07:03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36)씨가 구속됐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구속 필요성과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본건 범행 전후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련자 진술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경과 등에 비춰 도망 내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지난달 말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이래 첫 구속자가 나온 것이다. 검찰이 조씨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직접 겨냥하게 됐다.

조씨는 정 교수와 두 자녀 등 일가가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씨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허위공시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코링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을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코링크의 명목상 대표 이상훈(40)씨 등과 함께 WFM·웰스씨앤티 등 투자기업 자금 5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지난달 말 조 장관 주변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 도피성 출국을 한 조씨는 이달 14일 새벽 입국과 동시에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조씨가 구속됨에 따라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를 주도하고 운용에도 직·간접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정 교수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의 부인 이모씨에게 빌려준 5억원 가운데 2억5천만원이 2016년 2월 코링크 설립자금으로 쓰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돈은 사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 지분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정 교수의 개입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정 교수가 조씨 측에 빌려준 돈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에 쓰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펀드 운용과 투자를 분리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은 물론 직접 주식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서 PC를 빼내 숨겨줬던 증권사 직원에게 보안채팅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네가 어떻게 나를 배신하느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5년 가까이 조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를 맡아온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씨는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 수색에 나서기 직전 정씨의 부탁으로 조 장관 집과 정씨의 대학 연구실에 있던 PC 3대의 하드디스크를 빼내 트렁크와 스포츠센터 등에 숨겼다가 통화내역 등이 드러나자 이를 실토했다.

정 교수는 지난 9일 김씨에게 텔레그램 비밀대화 기능으로 "네가 왜 이러냐"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 ‘배신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씨는 조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에 있던 PC 2대의 하드디스크를 새것으로 교체했고, 이어 조 장관 아내 정씨와 함께 새벽 시간대 경북 영주시 동양대 정씨 연구실에 찾아가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려다가 규격에 맞지 않아 PC를 통째로 들고 나왔다.

그간 조 장관은 정 교수가 집안의 장손이자 유일한 주식 전문가인 조씨의 소개를 받아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뿐 투자처를 몰랐으며, 코링크에서 5촌 조카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아내가 동양대에서 PC를 빼내온 것에 대해 "업무를 위해 가져왔지만 몸이 아파서 직원에게 맡겼던 것이다"라고 청문회에서 답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조국 5촌 조카 구속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진술을 조작하기까지 했던 인물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만큼 구속수사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 조카의 구속은 수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면서 "조국 장관과 그의 부인 정경심씨의 펀드 운용 개입 여부, 특히 청문회에서 '어디에 투자했는지 모른다'던 조국의 진짜 모습이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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