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해서 서운했던 경험은 출산 후에도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법이다.
여기 임신한 아내의 생일에 무한리필 갈빗집에 데려갔다가 분노를 산 남편이 있다.
물론 무한리필 갈빗집이 맛이 없다거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어서가 이유는 아니다.
남편 A씨는 임신 7개월 아내에게 생일 한 달 전부터 말했다.
"자기 잡채 좋아해? 갈비찜은 빨간 양념으로 할까 간장 양념으로 할까? 미역국엔 성게를 넣는 게 좋아 소고기 넣는 게 좋아?"
계속되는 이런 질문에 아내 B씨는 퇴근 후 집에 갔을 때 남편이 밥을 차려놓고 기다릴 줄 알았다. 남편은 오랜 유학 생활 끝에 요리를 누구보다 잘했던 것.
생일 당일 "빨리 퇴근하라"는 남편의 재촉에 아내는 기대를 품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B씨가 집에 도착했지만 기대했던 미역국은 없었고 남편은 "배고프니까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
혹시나 결혼 후 첫 맞는 생일이고 임신까지 했으니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는 게 아닐까 기대가 절로 들었다.
"스테이크 좋냐"는 남편의 말에 솔직히 고기류가 그다지 당기지 않았던 B씨였지만 남편의 정성을 생각해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돼지갈비 무한리필 집이었다.
두 사람은 일본 여행하며 회전초밥을 먹은 일 외에는 연애하면서도 한 번도 무한리필 집을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B씨는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연기냄새에 속이 메슥거려 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남편은 그런 속도 모르고 불판을 올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혹시 내가 뭐 당신한테 잘못했냐. 서운한 것 있으면 말해봐라"라고 했고 남편은 "이제 아이도 곧 태어나니 돈 절약하려고 그런 것이다. 당신도 갈비 좋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당장 절약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태도 아니고 각자 사업 또한 잘 돼 경제적 압박이 전혀 없는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B씨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아내는 곧이어 닥칠 남편의 생일 선물로 그가 몇 달 전부터 사달라고 한 수 십만 원 명품 선물을 사 뒀는데 괘씸해서 주기도 싫고 환불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을지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선물은 중고장터에 팔아버리고 남편 생일 땐 삼겹살 무한리필 집을 가라", "무한리필집 간 것도 충격이지만 가기 전까지 계속 이것저것 기대하게 한 게 더 짜증난다", "명품 선물은 친정 아버지께, 남편 생일엔 똑같이 그 갈빗집 가면서 애도 있으니 아껴야 된다고 말하면 되겠다", "생일에 무한리필 갈수도 있지. 근데 가기 전 잡채니 뭐니 가는 길엔 스테이크니 뭐니 한건 사람 농락한 것 아닌가", "적어도 임신한 아내에게 뭐가 가장 먹고 싶은지 물어라도 봤어야 한다"라고 분개했다.
한 임신포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임산부들은 남편이 임신 중 아내의 우울함을 이해해 주지 않을 때 남편에게 가장 서운함을 느끼는 것(29%)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17%는 `남편의 늦은 귀가', 15%는 `남편이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지 않을 때', 13%는 `임신 중 먹고 싶은 것을 사주지 않을 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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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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