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교류·대화 단절된 노인, 우울증·장애 위험 높아진다

입력 2019-09-17 16:31   수정 2019-09-17 16:32



이웃과 대화가 단절된 채 홀로 생활하는 노인은 우울감이 생기거나 장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사회적 노쇠라고 부르는데 이런 상태에 빠지면 노년기 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이은주·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박형철 소화기내과 전임의는 강원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평창에 사는 65세 이상 고령층 408명의 건강 상태를 관찰했더니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중보건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조사 결과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든 사회적 노쇠 상태의 노인은 사회생활을 잘 유지하는 노인보다 우울감이 생길 위험이 네 배 정도 높았다. 옷 갈아입기, 세수나 양치질하기, 식사 챙겨먹기 등 일상생활을 혼자하기 어려워지는 장애가 생길 위험도 2.5배 높아졌다. 사회적 노쇠가 전반적인 노인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여 노년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쇠는 일반적인 노화 과정보다 급격히 신체기능이 약해져 장애나 입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노쇠는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노쇠 예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노쇠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연구는 신체적 노쇠에 초점을 맞췄다.

이 교수팀은 평창군 65세 이상 고령층을 표본집단으로 삼아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적 노쇠 유병률과 신체적 노쇠, 노인증후군과의 연관성 등을 알아봤다. 조사 대상 고령층 408명 중 남성은 172명, 여성은 236명이었고 평균 나이는 74.9세다. 조사 대상자의 사회적 노쇠를 진단했더니 노쇠는 84명(20.5%), 노쇠 전 단계는 121명(29.7%), 정상은 203명(49.8%)이었다. 사회적 노쇠로 조사된 84명 중 여성은 59명(70.2%), 남성은 25명(29.8%)으로 여성이 두 배 이상 많았다. 남성보다 바깥활동이 적고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사회적 노쇠를 호소하는 노인은 우울감이나 장애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인지기능장애, 근감소증, 영양부족, 낙상 위험도 높아졌다. 사회적 노쇠가 노인증후군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의미다.

조사대상 고령층 408명 중 신체적 노쇠 유병률은 67명(16.4%)으로, 사회적 노쇠(20.5%) 상태인 고령층보다 적었다.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가 동시에 있는 사람은 37명(9.1%)이었고 신체적 노쇠 없이 사회적 노쇠만 있는 사람은 47명(11.5%)이었다. 사회적 노쇠 점수는 신체적 노쇠 점수와 연관이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이 교수는 “연구를 통해 국내에 신체적 노쇠보다 사회적 노쇠를 가진 노인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회적 노쇠와 노인증후군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악화 고위험군”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신체적으로 노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노쇠가 있다면 노인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다”며 “이런 사실을 인지해 신체적 건강관리뿐 아니라 이웃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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