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인재 키워달라" 요구에…전문대, 맞춤형 교육과정 개설

입력 2019-09-17 17:18   수정 2019-09-18 03:05

광주보건대 간호학과 4학년인 안유림 씨(22)는 1학년이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병원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안씨가 참여한 현장실습은 단순히 간호사 업무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학교 물리치료과, 방사선과 등 다른 학과 학생들과 같이 팀을 이뤄 실습하면서 환자 한 명을 돌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직군의 역할을 통합적으로 교육받았다. 광주보건대에서 2016년부터 마련한 ‘전문직 간 연계교육(IPE: Interprofessional Education)’ 덕분이다.

IPE는 광주보건대가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서로 다른 학과의 학생들이 의료 현장에서 협업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다. 안씨는 “간호사 역할뿐 아니라 (병원에 있는)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학생 수, 전문대>일반대

최근 산학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문인력 양성을 최우선으로 해온 전문대는 학교마다 다양한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에 집중하는 대학부터 글로벌 기업과의 취업약정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까지 산학 협력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은 “전문대는 학과 편제부터 커리큘럼 구성까지 기업과 연계될 때가 많아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일반대보다 다양하고 내실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는 특히 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실습’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일반대보다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주 이상(160시간 이상) 현장실습을 나간 전문대 학생은 모두 7만3680명으로 일반대(7만516명)보다 많았다. 전문대 재적학생 수(약 66만 명)가 일반대(약 206만 명)의 32%에 불과한데도 현장실습생은 전문대가 일반대보다 4.5%가량 많은 것이다.

“산학 협력으로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매년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전문대들은 생존을 위해 산학 협력 프로그램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울산과학대는 지역사회와의 산학 협력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학교다. 이 학교는 정밀화학 기술인재를 양성해달라는 울산 지역 중소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9년부터 5년 과정의 정밀화학 트랙 교육과정을 개설해 매년 100명 안팎의 인재를 배출해내고 있다. 울산과학대는 또 2017년부터 1년 이내 취업자를 대상으로 일과 학습의 병행을 돕는 일학습병행 계약학과를 개설해 지난 8월 첫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이 학교는 현재 5개인 일학습병행 계약학과를 내년에 7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남우 울산과학대 산학협력단장은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구인난과 구직난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기업과의 글로벌 산학 협력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학교도 있다. 대구 대명동에 있는 영남이공대가 대표적이다. 영남이공대는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일 지멘스의 설비시스템 자격프로그램(SMSCP) 교육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엔 세계적 로봇기업인 스위스 ABB와 협약을 맺고 교내에 영남이공대-ABB로봇교육센터를 열었다. 영남이공대는 지속적인 다국적 기업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반 현장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수업 내용도 기업과 협력해 편성

전남 곡성에 있는 전남과학대는 군(軍)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수한 직업군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군학(軍學) 협력’이다. 무기·전술 체계가 갈수록 고도화되는 현대전에서 정밀한 장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인력을 원하는 군과 학생 취업을 활성화하려는 전남과학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전남과학대는 2001년 처음으로 육군과 주문식 교육협약을 맺고 특수장비과(전차·장갑차 정비)를 개설했다. 이후 차례로 특수통신과(통신정비), 해군통신레이더과, 화학부사관과, 특전부사관과, 전투부사관과(전투기술), 헬기정비과 등을 개설했다.

주문식 교육은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기업과 대학이 함께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졸업생의 취업을 연계하는 산학 협력 모델을 말한다. 전남과학대의 군 관련 학과도 주문식 교육의 취지에 맞게 전체 교육과정의 60% 이상이 군장비학 등으로 꾸려졌다. 이런 주문식 교육과정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주문식 교육과정을 졸업한 학생은 지난해 1만3099명으로 9181명이던 2016년에 비해 42.7% 늘었다.

한국영상대는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학과에 ‘융합캡스톤디자인’ 과목을 개설했다. 캡스톤디자인이란 학부과정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 과정을 말한다. 한국영상대는 전공 계열, 학과 사이의 융합을 도모하기 위해 융합캡스톤디자인 과목을 운영해 전공 중심의 편중된 아이디어를 극복하고 산업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를 비즈니스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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