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반 개인 예금자들의 예금에 계좌관리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16년 1월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 신규분에 대해 연 -0.1%의 금리를 매기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했지만 일반 개인 예금자들은 현재 연 0.001%의 예금금리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BOJ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심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경영난에 처한 주요 금융사들이 일반 예금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에 앞서 유럽에선 크레디트스위스와 덴마크 위스케방크 등이 고액예금자들을 대상으로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고 있고 UBS 등으로 실질적인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확산 중인데 조만간 일본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케이신문이 하시모토 마사루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사장과 실시한 인터뷰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BOJ가 추가 금융완화 조치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심화할 경우, 고객 계좌의 유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예금자로부터 수수료로 징수하는 ‘계좌 유지 수수료’의 도입을 검토키로 했습니다. 일본 주요 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일반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앞서 스즈키 히토시 BOJ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은 지난달 말 구마모토시 공개 강연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금융회사를 고려해 일반인 예금에 수수료를 부과, 실질적으로 예금금리를 마이너스화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관련 논의의 물꼬를 튼 바 있습니다.
현재 일본 금융권의 일반예금 금리는 연 0.001%, 3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는 연 0.015%로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에 가깝습니다. 일본의 장기대출 금리도 2010년 연 1.60%에서 지난해 연 1.0%로 낮아지면서 예대마진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금융사의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해 사실상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본에 앞서 유럽에선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 11월부터 200만스위스프랑(약 24억원) 이상 개인 계좌에 연 0.75%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이달부터 100만유로(약 13억3000만원) 이상 개인 계좌에 연 0.4%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위스케뱅크는 예금 잔액 750만크로네(약 13억3500만원) 이상 계좌에 연 0.6%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글로벌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BOJ가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자 불안감이 커진 금융권에서 ‘마이너스 예금금리’적용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BOJ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향후 실시할 정책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일반 예금에 계좌보관 수수료를 부과하는 형태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일반 예금자들의 저항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만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진 일본 금융권들로선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의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워 보입니다. 오랫동안 금기시돼왔던 정책에 대한 발언들이 봇물 터진 듯 쏟아지는 모습입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제로(0)금리 시대를 경험해 왔습니다. 이제 ‘마이너스 예금금리 시대’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은행과 예금에 대한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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