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신입·경력 수시채용 지원서를 마감한 KEB하나은행의 이보람 인사팀 차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 처음 도입한 신입 수시채용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13개 직무에 모두 1000여 명. 이 차장은 “신입 수시채용은 어학성적 등 일정 자격요건에 미달해도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학과를 나와 정보기술(IT) 한우물만 팠는데 어떻게 영어성적이 좋을 수 있겠느냐”며 “수시채용은 직무역량만 있으면 충분히 입사가 가능한 채용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해 인재를 선발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까지 △투자금융 △데이터전략 △글로벌 디지털 △자금·트레이딩 △퇴직연금 등 13개 직무에 대해 신입·경력자 채용 지원서를 받았다. 이 차장은 “하반기 두 차례 수시채용으로 200명을 뽑을 계획인데 지원자들의 역량이 뛰어나 채용 규모 확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류 심사에 나선 부서장은 “지원자들이 너무 우수해 모두 뽑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 도입되는 채용전형이어서 인사팀은 초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채용공고 준비, 지원자 규모, 채용 절차, 선발 후 커리어패스 등을 새롭게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팀은 일이 두 배로 늘었다. 각 부서에서 요구하는 지원자격, 필요 역량 등을 일일이 조사해 새롭게 공고문을 작성하는 것도 인사팀 몫이었다.
이 차장은 “공채는 그동안 매년 두 차례씩 해오던 관례대로 하면 되지만 신입 수시채용은 처음 하는 절차여서 여기저기 자문하며 꼼꼼하게 작성했다”고 말했다. 채용 절차도 직무특성에 따라 다르게 짜야 했다. 데이터전략 직군은 4~8주 인턴십, 기업금융(IB) 직군은 3개월 단기근무를 각 부서에서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도 올 3월부터 꾸준히 수시채용을 하고 있다. 18일 오전 현재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시채용 건수는 신입·경력직 등을 포함해 54건이나 된다. 현대제철도 지난 6월부터 수시채용을 해 영업, 생산기술·품질, 설비관리 분야 직원을 이달 새로 뽑았다. SK그룹도 내년부터 2~3년간 공채 비중을 낮춰 수시채용으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다.
이미 많은 기업이 경력직을 뽑듯 신입직원도 수시채용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채용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차장은 “당장 공채를 줄일 수는 없겠지만 수시채용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23일까지 신입사원 공채 원서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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