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中企현장 대혼란"…탄력근로 입법 무산땐 계도기간 둘 듯

입력 2019-09-19 17:36   수정 2019-09-20 03:06


고용노동부가 30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제도 시행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지난 7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보완하거나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산업계가 우려한 대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 여섯 곳 중 한 곳(17.3%)꼴로 초과근로가 여전하고 기업 40%가량은 제대로 준비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19일 전국 8개 지방고용노동청장이 참석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안착 전담팀’ 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추가 보완 방안이 필요한지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 33% 초과근로

고용부가 올 6~7월 국내 50~299인 사업장 1300곳을 표본으로 5월 한 달간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17.3%였다. 50~299인 사업장이 2만7000여 곳임을 고려하면 4670여 곳에서 초과근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부가 올해 1월 조사했을 당시에는 초과근로 사업장이 18.5%였다. 4개월이 지났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초과근로 사업장 비율이 33.4%로 가장 높았다. 다른 업종 평균(9.7%)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보완책 없이 내년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숙박·음식점업의 초과근로 사업장 비율은 24.9%, 수도·하수 및 폐기물 처리업과 정보통신업은 각각 16.2%였다.

주 52시간 초과근로자가 있는 기업의 상시근로자 수 대비 초과근로자 비율은 평균 18.9%였다. 근로자 5명 중 1명은 1주일에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셈이다. 초과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59.5시간이었다. 약 10만 명의 근로자가 이에 해당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현행 유연근로제로는 한계

기업들은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한 이유로 ‘업무량이 주문량이나 계절에 따라 불규칙해서 상시 인력을 뽑을 수 없기 때문’(57.7%·복수 응답)이라고 답했다. 대체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전문성이 부족’(40.8%)하다거나 ‘인건비 부담’(30.9%) 등을 호소하는 사업장도 많았다.

그럼에도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활용률은 낮았다. 탄력근로제는 2주 또는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한 뒤 전체 기간 평균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기간 내에 바쁜 시기에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나머지 시기에 근로시간을 더 줄이면 된다. 조사 결과 유연근로제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89.5%였으나 활용 비율은 26.2%에 불과했다. 유연근로제 활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대상 업무·사유가 제한적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해 돌발상황 시 연장근로를 허용해주고(39.9%), 유연근로 요건을 완화(32.6%)하거나 준비기간을 추가로 부여(20.6%)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탄력근로 입법 무산 땐 계도기간 둘 듯

현재 여야 모두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을 연기하는 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에 따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법안도 계류돼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실질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논의가 무산돼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정부가 계도기간을 두는 식으로 내년 1월로 예정된 시행 시기를 사실상 미룰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과 올해 7월 특례 제외업종의 주 52시간제 시행 때도 수개월의 계도기간을 둔 바 있다. 홍 부총리도 최근 주 52시간제 적용 연기 가능성을 몇 차례 시사했다.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으면 정부가 계도기간을 적용해 시행을 늦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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