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의 침체를 이끈 유통산업발전법
풍선효과는 다양한 부문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의 목적은 대형마트를 규제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대규모 점포를 전통시장 1㎞ 이내에서 등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대형마트가 월 2회 의무휴업을 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법이다. 하지만 법의 목적과 달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이 소비 자체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쿠팡, 티몬,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로 눈을 돌린 결과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급상승했다. 대형마트로 소비자의 발길은 막았지만, 오히려 전통시장의 매출은 더욱 줄어들고 대형마트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사라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마트는 2분기 3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지만 결과는 역설적으로 유통산업의 쇠락을 이끌고 있다.
매매 잡으려다 전·월세 높아진 사연
분양가 상한제도 풍선효과를 만들어낸다. 분양가 상한제란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일정한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의 목적은 주택 공급가격의 안정화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면 주택 가격이 법의 의도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 국토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 또한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싼 가격에 민간 주택을 얻기 위해 대기 실수요자들이 전·월세에 머무르면서 전·월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민간주택건설업체들의 주택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히려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더 커졌다.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착한 목적으로 만든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규제가 만능일 순 없다
그외에 1금융권의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2금융권의 대출 규모가 증가하는 것 등 풍선효과의 사례는 우리 생활 속에 많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시장을 정부·의회가 규제를 통해 억제하려고 하면 풍선효과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한국의 규제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규제의 목적은 선(善)할지 모르나 결과는 경제주체 모두에게 악(惡)이 될 수 있다. 규제가 늘어날수록 경제주체는 이에 대응해 행동하기 때문에 규제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정부 등 관련 당사자는 규제를 시행하기 전 단편적인 상황에 대응하기보다는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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