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다행히 일본산 부품 사용해줬다"…日, 삼성 마음 바뀔까 '촉각'

입력 2019-09-20 11:00   수정 2019-09-21 11:26


“(다행스럽게도)삼성전자가 부품·소재 조달에서 일본 업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기본적으로는 바꾸지 않았다”(닛케이산업신문)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이후, 일본 소재·부품 업계도 거대 고객인 한국 반도체 업계를 놓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일단은 기존 부품 공급선을 크게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일본 부품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등이 부품·소재 공급선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거래관계를 공표하는 주요 100개 협력업체 명단을 분석한 결과, 일본계 기업은 23개로 한국 기업(3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장 부품·소재 조달선에서 일본 기업을 배제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삼성전자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주요 협력기업으로는 스미토모화학, SUMCO, 무라타제작소, TDK, 교세라, 도쿄일렉트론, JX금속, 캐논, 다이요닛산, 얼벡(ULVAC)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본 소재·부품 업계에선 삼성이 기존 일본 거래처와의 관계를 유지한 배경으로는 “소재·부품 조달처를 갑자기 바꾸는 리스크를 삼성이 잘 알고 있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에는 수천여개 정밀 공정이 있는데 같은 소재라도 제조업체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기에 조달처를 변경하면 수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그렇게 간단하게 소재·부품 조달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아사히카세이 임원)며 일단 일본 부품업계가 한숨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첨단 부품과 소재는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도 일본 업계가 기대를 거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문화의 특성상 5~10년 단위의 기초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인 일본 소재·부품 업계가 경쟁력이 있다며 일본 기업들은 자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불안한 것인지 삼성이 초창기 성장단계부터 일본 기업들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던 ‘인연’까지 다시 강조하며 삼성이 마음을 바꾸지 말기를 바라는 모습도 뚜렷합니다. 삼성이 1969년 산요전기와 흑백TV를 합작 생산했고 NEC, 도시바, 도레이, 소니, 스미토모화학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전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입니다.

세계 최대 디바이스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일본 부품·소재 기업으로서도 가장 중시할 수밖에 없는 고객이 됐습니다. 일본 부품·소재 업체들이 ‘삼성 퍼스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업계도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는 조달처 다변화의 길로 나갈 것으로 보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한·일간 정치·외교 분야 대립이 지속되면 부품·소재 분야 에서 탈일본이 가속화되고 ‘중국 시프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중국 생산설비 업체들에 대규모로 인력을 출장 보내고,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에 긴장한 모습이 뚜렷합니다.

글로벌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일거수일투족에 전체 일본 소재·부품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전자의 부품·소재 조달 전략은 멀지 않은 미래에 크게 바뀌게 될까요.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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