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를 '금이야 옥이야' 보듬어 주는 남편들이 더 많지만 일부 남편들은 아내의 속내를 모두 알기는 어렵다.
30대 후반 여성 A씨 또한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폭발한 상태다.
사실 A씨는 싱글 시절 비혼주의자였다. 하지만 남편이 헌신적으로 애정을 쏟아내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구혼한 끝에 어렵게 결혼했다.
아이도 '낳아만 놔라, 내가 다 키워 주겠노라'라며 A씨 남편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임신 6개월 차, 남편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A씨는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니까 남편이 처음엔 음식도 만들어 주고 시키지 않아도 온갖 집안일을 다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입덧이 사라지고 A씨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남편은 변했다.
A씨는 "제가 좀 나아진 걸 알았는지 집안일에 손도 대지 않고 부탁해야 겨우 설거지 정도 한다. 처음엔 항상 아침밥도 차려주고 출근했는데, 이제는 제가 자는지 깼는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가사 문제 외에도 A씨는 임신으로 인해 자신을 대하는 남편의 애정이 식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임신하고 나니 저도 그렇지만 남편의 성욕이 급격히 줄어든 것 같다. 예전엔 매일같이 유혹했는데 임신하니 빈도수가 줄었다. 어쩌다 부부관계를 갖게 되더라도 의무적인 것 같더라"라며 "남편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 같아 먼저 유혹하면 '피곤하지 않냐'며 거부한다"고 전했다.
남편은 A씨와 부부관계를 가진 뒤에도 핸드폰 게임에만 매달렸다고. 심지어 남편의 노트북을 켰다가 야한 동영상이 담긴 폴더도 발견했다. A씨는 너무 서러웠다. 결혼이 후회되기도 했다.
A씨는 "제 몸이 변화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한시도 혼자 두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제가 임신 중이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기도 하면서도 너무 서운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해서 한 결혼도 아니고 임신도 아니지 않나"라며 "지금 심정으로는 출산하면 남편과 이혼하고 싶을 지경"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네티즌들은 "A씨 심정을 모르는 것만은 아니다", "'야동'은 모른 척 하고 이해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아기 낳고 나면 부부관계는 서서히 돌릴 수 있다", "밖에 나가서 허튼짓 하는 것 보다 낫다", "출산 후에도 몸매 관리도 하고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노력하는 것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위로했다.
임산부는 많은 변화를 맞게 되면서 '임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일상생활에 의욕이 떨어지고 모든 일이 짜증스럽고, 현재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도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아내가 임신한 순간부터 아이를 낳을 때까지 주변의 모든 관심은 아내에게만 집중되면서 남편들은 압박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임신 중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고 요가, 산책 등 가벼운 신체활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내심을 가지고 부부간 소통을 이어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인철 변호사는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하여 부부관계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하는것은 축복받아야 할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부가 혼인파탄에 이르는 시기 중에 하나가 바로 임신과 출산 시기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부부관계 문제와 갈등도 혼인파탄의 중요한 문제일수 있다"면서 "아내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경우에는 신혼 때보다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부관계를 일방이 거부하는 것이 이혼사유가 될까?
이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로 갈등을 겪는 부부가 상당수 있다"면서 "부부관계가 없다고 그 자체만으로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부관계를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거부할 경우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론상 이혼이 가능하지만 이런 사유로 이혼을 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판사에게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입증할 증거를 당사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부간의 문제는 우선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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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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