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레이크힐스 최종 4파전 돌입...위임장 확보전 본격화

입력 2019-09-20 16:30   수정 2019-09-20 16:32

≪이 기사는 09월16일(09: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도권 인기 골프장인 레이크힐스용인컨트리클럽(CC) 운영사 일송개발을 둘러싼 인수전이 결국 4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최종 승리자를 선정하는 관계인집회를 한 달여 앞두고 경영권을 지키려는 레이크힐스그룹과 인수 후보들은 채권자 동의율 확보를 위해 치열한 수싸움에 나섰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조사위원인 EY한영 회계법인은 지난 9일 서울회생법원 재판부에 일송개발 회생계획안의 수행가능성을 검토한 2차 조사보고서 초안을 보고했다. 한영은 4개 회생계획안은 모두 수행 가능성 자체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 측정을 통해 기업의 회생 여부를 결정하는 1차 조사보고서와 달리 각 회생계획안이 변제력을 갖췄는지, 위법 소지는 없는지 등을 검토했다. 최종안 보고는 16일로 예정됐지만 일단 4개 안 모두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일송개발 인수전은 4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송개발은 27홀 회원제 골프장인 레이크힐스용인CC와 9홀 대중제 골프장인 안성GC를 운영하는 업체다. 2000년대 초반 회원권 분양을 통해 빠르게 사세를 확장한 레이크힐스는 한 때 전국에 10여곳의 골프장, 리조트를 보유한 대형 레저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국내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인한 회원제 골프장 수익성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레이크힐스는 지난해 레이크힐스순천을 골프존·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일송개발에 대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이같은 구조조정의 연장선이다.

지난 8월 회생계획안 제출일 직전까지도 자체 자금조달을 통해 기존 경영인을 유지하는 존속형 회생이 진행되던 일송개발 회생절차가 치열한 인수전 양상을 띄게 된 것은 최근 수도권 고급 골프장의 몸값이 부쩍 늘면서 채무자인 일송개발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등장하면서다. 중견 건설사 한림건설, 라마다서울 호텔, 양평TPC등을 보유한 라미드그룹, 건설업체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건설공제조합은 각각 회생계획안 자격을 갖춘 채권자들과 손을 잡고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총 4개의 안이 다투는 형세가 만들어졌다.

인수전의 양상은 크게는 KB증권과 골프존으로부터 1700억원을 빌려 경영권은 유지하되, 전국에 12개 골프장 네트워크를 구축한 골프존이 위탁경영을 맡는 일송개발과 2000억원 이상의 자금력으로 높은 채권 변제율을 제시한 채권자들로 나뉜다. 가장 큰 금액을 베팅한 측은 2300억원을 제시한 한림건설이다. 라미드그룹은 2100억원을, 채권자인 건설공제조합은 200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더 많은 채권자들의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이용권(쿠폰) 발행을 약속하고, 전략적으로 채권자 간 변제율을 조정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모두 총 27억원에 불과한 담보권자와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입회보증금 채권자들에겐 쿠폰을 합쳐 100%이상의 변제를 약속한 상황이다.

관건은 일송개발 관계사인 레이크힐스리조트가 일송개발에 대여한 750억원(회생채권의 17.5%)의 특수관계인채권과 리조트 회원권자들이 갖고 있는 1440억원에 달하는 보증채권이다. 한림건설 등 인수 후보들은 특수관계인 채권에 대해 15~19% 수준의 변제안을 제시했다. 일송개발은 특수관계에 있는만큼 전액 출자전환으로 지분율을 높이면서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했다. 채권자들의 한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특관자가 채무자에게만 동의표를 던지는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전략이다.

그 외에도 일송개발 골프장 사용이 가능한 리조트회원권을 보유한 채권자로 구성된 보증채권을 잡기 위해 한림건설은 60.28%(쿠폰 30%), 라미드그룹은 71%(쿠폰 55%)를 약속하는 등 거액의 비현금성 지원 약속을 내걸고 있다. 그에 반해 일송개발 측은 현금변제 34% 수준을 제시하고 있어 상대적으론 불리한 여건에 처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인수 경쟁이 사실상 ‘프로그레시브딜’(공개경쟁입찰)과 같이 경쟁적으로 인수 금액을 높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경매처럼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금액을 높이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 라미드그룹은 지난 8월 처음 회생계획안을 냈을 때에 비해 440억원이 증가한 995억원의 쿠폰 발행을 약속한 상황이다. 다른 후보들 역시 당장은 쿠폰 발행 조건을 바꾸지 않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일부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쿠폰 발행은 당장 채권자들을 유인하는덴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까다로운 사용 조건을 내걸어 실질적인 보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인수전이 치열해지면 과도한 쿠폰 발행과 이면 계약이 항상 문제로 떠오른다“며 ”쿠폰을 발행한만큼 그 회사의 장래 이익이 깎인다는 점을 채권자들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다수의 인수자가 복잡한 조건을 놓고 다투는만큼 오는 23일 채권자 설명회를 열어 채권자들에게 각각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는 관계인집회는 내달 18일 열린다. 관계인 집회에서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의 75%, 일반채권자의 66.7%이상이 동의를 얻어야 회생계획안이 통과된다. 한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복수의 안이 경합하다보니 회생절차를 관장하는 법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채무자의 회생과 채권자의 구제란 두 목표가 회생절차를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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