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대화'에 직격탄 날린 평검사 "왜 민감한 시기에 동원하나"

입력 2019-09-20 18:08   수정 2019-09-20 18:12

조국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20일 ‘검사와의 대화’행사에서 한 검사가 “왜 민감한 시기에 이런 행사를 만들어 형사부 검사들을 동원하나”라고 조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사법연수원 17기)도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을 통해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라고 비판했다. 임 검사는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에 대해 지난 4일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라고 쓴소리를 낸 바 있다.

이날 의정부지검에선 조 장관 취임 후 첫 ‘검사와의 대화’행사가 비공개로 열렸다. 의정부지검이 조 장관의 첫 방문지로 낙점된 것은 이곳이 수도권 대표적 ‘비선호청’으로 인사 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당시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근무처인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오전 11시부터 의정부지검 소속 수사관 및 직원과 한시간가량 만나 고충을 들었다. 이후 12시 15분부터 2시간가량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검사와의 대화 시간엔 21명의 평검사가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자에 따르면 한 검사는 조 장관 면전에서 “왜 민감한 시기에 이런 행사를 만들어 형사부 검사들을 동원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강도가 높은 편인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 검사들을 상대로 이런 행사 일정이 잡히면 행사 준비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들은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딸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이 ‘검찰개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또 다른 검사는 조 장관에게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문제점이 많으니 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2017년 5월부터 2년여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며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나오도록 주도한 역할을 했다. 조 장관은 “문제점이 많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법률안 수정은 국회의 몫”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사와의 대화는 안미현 검사(연수원 41기)가 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안 검사는 조 장관에게 검사의 육아 휴직이나 수도권 지역 검찰의 인사 문제 등 형사부 검사의 고충을 전했다. 또 형사부 강화방안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다른 검사는 “조 장관과 안 검사간 대화가 자주 이어지면서 ‘검사와의 대화’가 아닌 ‘안미현 검사와의 대화’라는 평가도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임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 하려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전임자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행사를 떠올려보면 (검찰개혁은)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전국 검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한 가지씩 법무행정 또는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이나 건의사항을 써내게 하고 그걸 모아 질의응답집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준칙의 전례에서 보듯이 조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는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 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은 그 적임자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로 검찰개혁을 원한다면 전국 검찰인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에게 자리를 넘겨 그분이 과업을 완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알림 문자를 보내 “‘질의응답’은 사전준비된 바 없었고, ‘사전 각본’도 없었다”며 “일과시간에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을 하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식의 행사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 비공개한 것은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건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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