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작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6299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에는 -2986억원의 영업 손실을 각각 냈지요. 상반기 손실(-9285억원)은 2012년 상반기 이후 7년 만의 최대치였습니다.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은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분기에 원전이용률이 상승해 자회사 연료비 등 영업비용이 감소했으나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석탄발전 감축과 높은 국제 연료가격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지요.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공기업 부실이 심화했다는 비판을 차단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전 및 전력거래소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2분기 실적은 그나마 ‘정부의 세금 지원’을 받은 수치였습니다. 각 연료에 붙는 세율 체계가 개편된 데 따른 수혜가 있었기 때문이죠.
정부는 올해 4월1일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세율을 크게 낮췄습니다. kg당 68.442원(개별소비세+수입부과금) 인하됐지요. LNG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멈출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대체 연료로 꼽힙니다. 반면 석탄 세금은 kg당 10원이 올랐습니다.
이런 세율 개편이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시기가 5월부터입니다. 한 달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LNG 세금인하 효과가 올해 5월부터 한전 재무구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던 겁니다.
LNG 세금 인하에 따라 5월부터 두 달간 한전이 줄일 수 있었던 지출은 약 2270억원으로 계산됐습니다. 반면 석탄 세금 인상으로 1408억원을 추가 지출했지요. 결과적으로 이번 세제 개편에 따라 8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월평균 430억원씩 플러스 효과가 있는 겁니다.
이 의원은 “한전의 2분기 적자 폭이 1분기보다는 작아졌지만 발전용 연료의 세율 개정으로 8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상태에서 기록한 실적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가 세율 개정 카드까지 썼는데도 한전의 적자를 메우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만큼 탈원전과 무리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전은 다만 올 3분기(7~9월)엔 ‘분기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3분기엔 전력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수익이 늘기 때문이죠. 작년 3분기에도 1조39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문제는 연간 실적입니다. 잠시 깜짝 실적 호전을 기록해도 추세적 하락을 막기 어렵습니다.
한전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발전자회사들의 실적도 믿을 수 없습니다. 하나같이 최악의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어서이죠. 꾸준히 흑자 행진을 벌이던 한전이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한다면, 정부와 한전은 또 어떤 설명을 내놓을까요.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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