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를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첫 사장단 워크숍을 주재한다.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과 소송전(戰) 등으로 최근 그룹 차원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사장단에 근본적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주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 LG는 매년 9월께 정기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했다. 단 지난해는 구본무 전 LG 회장 별세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급해 열리지 못했다.
이번 행사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석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장단 워크숍이 그룹 전반을 관통하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을 선명히 드러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우선 계열사 경쟁력 확보방안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하자"며 계열사에 넓은 의미의 경영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구 회장이 40대(42세)의 젊은 총수인 만큼 기존 '점잖고 신사적' 이미지의 LG그룹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최근 LG 핵심 계열사들은 기존과 차별화된 경영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생존을 위해 소송전을 불사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과감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LG의 경영 스타일과는 달리 '의외'로 공격적 모습이란 반응이 업계에서 나왔다.
LG전자도 최근 "삼성 TV는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짜 8K TV"라며 공개 저격했다. 지난 19일에는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있을 때는 그냥 넘어갔을 일도 지금은 할 말은 하자는 분위기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했다.
삼성과 달리 뚜렷한 1등 사업이 없다는 점도 구 회장이 '생존'을 강조하는 이유로 꼽힌다.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기준으로 중국 BOE에 액정표시장치(LCD)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중국에 LCD 시장을 잠식당한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최근에는 LCD 생산직을 과감히 줄이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중국 CATL과 점유율 차이가 두 배(2018년 기준)까지 벌어졌다.
LG전자가 기술적으로 앞섰다고 자부하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점유율도 '범 LCD 연합군'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 QLED에 밀리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31.5%로 2위인 LG전자(16.5%)와의 점유율 차이를 2배 가까이 벌렸다.
올 2분기 글로벌 QLED 판매량은 120만대로 전 분기보다 28만대 늘었다.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61만대)와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최근 LG전자가 8K TV와 관련해 삼성전자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 또한 "점잔 빼다가 시장 다 빼앗긴다"는 LG전자 내부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사업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로 새로운 폼팩터(특정기기 형태)를 제시하는 동안 LG전자는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부문에서만 3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이 적자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지난해와 최근 인사에서 공격적 경영 스타일의 임원을 중용하는 등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며 "내일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파격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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