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골레토·세헤라자데…아리아와 관현악 선율의 '가을밤 환상 터치'

입력 2019-09-23 17:11   수정 2019-09-24 03:18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와 매혹적인 관현악 선율로 깊어가는 가을밤을 감성으로 물들일 클래식 향연이 펼쳐진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한국경제신문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오는 27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한경 가을음악회’가 그 무대다.


홍석원 한경필 음악감독이 이끌 이번 음악회의 부제는 ‘가을에 듣는 음악 이야기’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있는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인 홍 감독은 올해 한경필의 2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홍 감독과 한경필은 이번 음악회에서 가을에 어울리는 오페라 ‘리골레토’ 갈라 무대를 선보이고 이어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곡 ‘세헤라자데’를 들려준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왕의 환락’을 원작으로 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는 운명의 장난으로 딸을 잃게 되는 리골레토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걸작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꼽힌다. 궁정 광대인 꼽추 리골레토와 사랑을 위해 희생을 택하는 그의 딸 질다, 바람둥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만토바 공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갈라무대에서 타이틀롤인 리골레토는 바리톤 김동섭이 맡는다. 소프라노 이수연과 테너 김승직이 질다와 만토바 공작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여자도 저 여자도’ ‘아 그리운 이름이여’ ‘천벌 받을 놈들아’ ‘복수하라 무서운 복수를’ ‘여자의 마음’ 등 ‘리골레토’의 주옥같은 아리아들이 한경필의 반주에 맞춰 울려 퍼진다. 홍 감독은 “이수연은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공연에서 활약 중이고 바리톤 김동섭은 인스브루크 티롤 주립극장의 주역 가수를 지냈다”며 “여기에 세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테너 김승직까지 무대에 올라 한국 성악가들의 실력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부에서 연주될 ‘세헤라자데’는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대표적인 관현악곡이다. 1888년에 작곡된 교향모음곡으로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슬람 설화집 ‘천일야화’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천일야화’는 매일 밤 처녀와 잠자리를 함께하고는 날이 밝으면 그 처녀를 죽여 버리는 악습을 이어오던 술탄이 자신의 악행을 뉘우치고 신부 세헤라자데를 왕비로 맞아들여 선정을 베푸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를 골라내 4악장 관현악으로 구성했다.

홍 감독은 “탁월한 관현악 기법과 절묘한 악곡 구성력, 풍부한 상상력이 결합한 작품”이라며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악보 위에 그려낸 화려한 멜로디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헤라자데’에 실린 신비하고 매혹적인 선율은 2009년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곡으로 선택해 더 잘 알려졌다.

한경필은 가을음악회에 이어 다음달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경미디어그룹 가족음악회(지휘 여자경), 오는 12월 20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송년음악회(지휘 김덕기)를 열 계획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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