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이민(EB-5)은 10명 이상 고용을 창출하면 심사를 거쳐 영주권을 내주는 제도다. 현행 최소 투자금액은 소도시 등 고용촉진지구가 50만달러(약 6억원) 선이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연 150~200건에 머물던 한국인 투자이민비자 발급 건수가 지난해 531건으로 급증했다. 이민 희망자도 5060세대가 주류였던 과거와 달리 3040세대가 늘고 있다는 게 이민알선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민알선업체들이 전하는 연령별 투자이민 사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50대 이상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줄이고 쾌적한 노후를 즐기기 위한 경우가 많다. 30~40대는 더 나은 교육 환경 등을 위해 투자이민을 선택하고 있다. 악화일로인 경제와 불안한 안보 상황 등도 투자이민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인의 투자이민 인기지역 1~5위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대부분 상속세가 없다. 미국은 내년부터 상속세 면제한도가 530만달러(63억원)에서 1120만달러(134억원)로 늘어난다. 깨끗한 환경, 뛰어난 교육여건, 안정된 치안 등도 이들 나라의 공통점이다.
해외 이주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이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외교부의 ‘재외동포 현황’과 ‘해외이주 신고자 현황’ 등이다. 하지만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식이어서 정확한 수치와 이주 유형 등을 파악해 정책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체제’가 흥망을 결정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는 흥했고, ‘부자 등 특정 집단을 배척하고 착취하는 체제’는 쇠퇴했다는 것이다. 전자(前者)는 ‘인재를 끌어모으는 국가’, 후자(後者)는 ‘인재를 밖으로 내치는 국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가 매력도’가 높은 미국 캐나다 등은 대표적으로 전자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과연 어디에 속할지 정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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