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을 주재한 구광모 LG그룹 회장(42·사진)이 경영진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히 변화시켜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핵심 계열사 곳곳에서 나타나는 위기로 그룹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과 동시에 적극적 경영으로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개최된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 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가 닥치는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구 회장은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야 한다"면서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한다"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전반을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으로 구 회장이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이후 그룹 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는 모델이다.
구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LG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이같은 철학이 반영돼 LG는 최근 기존과 차별화된 경영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LG전자는 "삼성이 가짜 8K TV를 소비자에 팔고 있다"며 경쟁사를 공개 저격했다.
'점잖고 신사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LG가 '할 말은 하자'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 40대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이 취임한 뒤부터라는 게 LG그룹 내·외부에서 나오는 얘기다.
뚜렷한 1등 사업이 없다는 점도 구 회장이 이날 사장단 워크숍에서 '생존'을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로 꼽힌다. 실제 구 회장이 이날 사장단에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이 '생존'이다.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기준으로 중국 BOE에 액정표시장치(LCD)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중국에 LCD 시장을 잠식당한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최근에는 LCD 생산직을 과감히 줄이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그나마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중국 CATL과 점유율 차이가 2배(2018년 기준)까지 벌어졌다.
LG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사장단 워크숍은 구 회장을 비롯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30여명의 최고경영진이 참석해 그룹의 생존을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구 회장과 사장단은 사업 모델, 사업 방식 등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최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으로 경영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LG화학과 LG유플러스 등 계열사 사례를 공유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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