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임위 논의 건너뛴 유치원 3법, 이렇게 처리해선 안 된다

입력 2019-09-24 17:46   수정 2019-09-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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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도 없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지난해 말 입법화 초기 단계부터 여야 간 시각차가 뚜렷했던 법안들인데, 국회가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만 한 채 정상적 입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탓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뒤 180일 이내에 교육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야 했다. 가뜩이나 찬반논란이 많았던 터여서 이들 법의 체제와 지향점, 문제점과 파장, 자구 심사 등 볼 게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위는 이 기간을 무위로 보냈다. 법제사법위원회도 심의를 방기했다. 여야 간 의견대립이 극심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자고 해놓고는 입법의 필수 절차를 완전히 외면해버린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 양보와 타협이 없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지정한 이상 정해진 기간에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있었어야 마땅하다. 유치원 3법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사립유치원의 자율 경영을 과도하게 옥죄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법안이 나왔을 때부터 제기됐다. 그렇기에 상임위와 법사위 논의 절차가 아예 무시된 것에 대한 1차 책임은 입법 의지를 강하게 보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중요한 법을 최소한의 숙의도 없이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는 없다. 지난해 2주 만에 날림 처리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파장과 후유증이 어떤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며 여론에 편승한 법을 급히 만든 결과 사업주 책임만 극대화했을 뿐 산업안전은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 3법도 그에 못지않은 날림법안이 돼버렸다. 법을 이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산안법 개정 직후부터 재개정론이 계속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법을 희화화하고 정당한 법의 권위까지 국회가 앞서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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