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 이번에도 '소방수' 역할 해낼까…DLF 수습조치

입력 2019-09-25 10:46   수정 2019-09-25 10:47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앞서 손 행장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졌을 때 행장 대행으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사태도 그가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행장은 이번 DLF 사태를 통해 우리은행을 한 층 더 안전하고 신뢰 높은 은행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DLF 사태와 관련한 문제는 금융당국이 조사하고 있어 결론이 나와야 대응할 수 있지만, 은행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먼저 고객 자산관리 체계를 개편한다. '고객 케어(Care) 강화'를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평가제도, 조직 및 인력, 프로세스 등 시스템 전반을 손 볼 예정이다.

은행원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제도인 KPI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고객 서비스 만족도,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 중심의 지표에 점수를 더 주기로 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됐는지 여부를 살펴본다는 의미다.

고객을 조금 더 밀착 관리하는 조직도 신설한다. 고객별로 투자 상품 전반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상품 수익률이 위험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또 고객이 전문가와의 직접상담을 통해 투자자산군(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들의 위험 관리를 위한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 여신(대출)에서 부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다중의 관리체계를 가지는 것처럼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고객의 투자 위험관리에 나선다.

어려운 투자 상품이 많아지면서 고객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외부 자산관리 전문가의 강의와 맞춤형 정보 등을 제공한다.

손태승 행장은 "신뢰라는 것은 거울의 유리와 같아 한번 금이 가면 회복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진심으로 대해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행장은 지금까지 위기 때 빛을 발했다. 2017년 우리은행에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행장 대행이라는 직함으로 사태를 수습해, 행장까지 오르게 됐다.

당시 손 행장은 공정한 채용을 위해 7중의 안전장치를 도입했고 채용 전 과정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등의 채용 지침을 수립했다.

은행 자체 인사도 능력 중심의 객관적 승진인사, 실력을 우대한 공정한 인사이동, 역동적 조직 위한 젊은 인력 전진배치, 신상필벌 명확한 인사원칙 등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잡음이 불거질 때마다 손 행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며 "DLF 사태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대처하겠지만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행장은 정통 '우리은행맨'이다. 1987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3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일했다. 전략기획부장, 우리금융지주 상무, 관악동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을 거쳐 글로벌부문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투자은행(IB), 외환 등을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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