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이 원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성수기를 맞아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몰린데다 미 달러화 강세 효과가 더해져 국내 면세점 원화 실적이 호조를 나타낸 결과다.
2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1845억원으로 전년 동월 1조6782억원보다 30.16% 증가했다.
올해 3월 기록한 사상 최대 매출(2조1656억원)을 다섯달 만에 갈아치웠다. 월간 면세점 매출은 지난 3월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썼고, 5월과 7월에도 2조원대를 기록했다.
최대 실적을 이끈 것은 외국인이었다. 지난달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1조854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보다 38.72% 급증했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이 여전히 미진하지만 중국 따이궁의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면세점 매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8월에는 칠월칠석인 중국의 연인절이 있어 선물 수요가 많았고, 추석인 중추절(中秋節)을 앞두고 한국 상품일 구입하는 보따리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원화 가치가 하락한 점도 면세점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8월 면세점의 미 달러화 기준 매출은 역대 두 번째로 집계됐다. 달러화 기준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20.96% 증가한 18억952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3월(19억1837만달러)에는 다소 못 미쳤으나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에는 따이궁 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늘어나 면세점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중국인 입국자가 20% 넘게 늘어난 57만8000명으로 예상치를 상회한 점도 면세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보따리상 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까지 증가하는 흐름이 올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3분기 국내 면세점 매출(달러 기준)은 22.3% 증가한 53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중국인 입국자 증가 덕분에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추가 개선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성수기를 맞아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따이궁 유치를 위해 출혈 알선수수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이궁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각 면세점이 송객수수료를 낮추는 방식 등으로 이익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시작된 알선수수료율 경쟁은 8월, 9월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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