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상설조직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부 입김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지역가입자 추천 위원은 줄이고 사용자단체(재계)와 노동조합(노동계) 추천 위원은 늘리기로 했다. 회계사, 자산운용전문가 등 전문성을 갖춘 위원도 일부 확충하기로 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4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기금위 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기금운용위원회 운영 개선 방안’을 공개해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가 작년 10월 기금위 회의에서 공개한 기금위 운영 개선 방안 초안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약 1년 만에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금위는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차관 5인, 연금 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촉위원 14인을 합쳐 총 20인으로 구성돼 있다. 위촉위원은 사용자단체 추천 3인, 노조 추천 3인, 지역가입자 단체(자영업, 농어업, 시민단체) 추천 6인, 전문기관 2인으로 구성된다. 상설조직은 아니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통상 1~2개월에 한 번씩 개최된다.
이번 비공식 간담회에서 복지부는 작년 10월 초안과 마찬가지로 기금위를 상설조직으로 개편하되 정부 당연직 위원을 6명에서 3명, 지역가입자 대표를 6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와 근로자 측 위원은 현재 3명에서 4명으로 1명씩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 관련 위원 수를 줄이는 대신 재계와 노동계에 힘을 실어 주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금위의 전문성을 일부 확충하는 안도 내놨다. 기금운용 관련 경력이나 학력 등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가를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별로 1명씩 총 3명을 추천받아 상설화되는 기금위의 ‘상근위원’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촉위원 모두 전문성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했던 작년 10월 초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수정안에 대해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기금위 전문성을 대폭 높이기 위한 개혁이 없는 반쪽짜리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금위는 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며 “기금위 위원은 물론이고 이들의 의사결정을 도와줄 하부 위원회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 도입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확대했지만 그에 걸맞은 자기 혁신 노력은 부족했다”며 “수익률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 부문의 독립까지 포함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환/이상열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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