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성지 '런던 사치갤러리'에 진출한 한국 신진 작가들

입력 2019-09-26 14:37   수정 2019-09-26 14:53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부촌으로 손꼽히는 첼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 1985년 세계적인 현대 미술품 수집가인 찰스 사치가 설립한 이 곳은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현대미술의 성지로 손꼽힌다. 젊은 작가들의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유명한 사치갤러리는 매년 15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런던 대표 명소 중 하나다.

이날은 사치갤러리의 정기 휴관일이었지만 오전부터 영국 예술계 관계자들과 주요 매체의 미술 담당 기자들이 속속 갤러리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10년 전인 2009년 한국 동시대미술(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며 주목받은 프로젝트인 ‘코리안 아이: 한국 동시대미술’(Korean Eye) 재개를 앞두고 열리는 티저 전시회 사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코리안 아이는 영국의 현대미술 후원 비영리기관인 PCA(Parallel Contemporary Art)가 주관하는 행사다. PCA는 영국 미술품 슈퍼컬렉터인 데이비드·세레넬라 시클리티라 부부가 2008년 설립한 단체다. 이들 부부는 10여년 전 한국을 여행하다가 독특한 소재들을 예술품으로 만든 한국 작가들의 역량에 감동한 것을 계기로 코리안 아이 행사를 기획했다. 2009년엔 ‘코리안 아이: 문 제너레이션’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전시가 열렸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도 지원 요청이 들어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서도 글로벌 아이 행사를 개최했다.

코리안 아이는 한국 신진작가 30명의 작품을 내년 런던 사치갤러리를 비롯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서울에서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2009년 첫 전시가 열린 지 11년만이다. 내년 전시에 참여하는 30명 작가 중 일부 작가의 티저 전시가 26일부터 29일까지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치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PCA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명성과 함께 작품 가격도 미술 시장에서 큰 폭으로 뛴다고 했다.

PCA에 따르면 이번 티저 행사에는 이두원, 정두화, 김재일, 김하영, 김훈규, 도윤희, 이정록, 강임윤, 김범수, 헬레나 파라다 김, 차종례 작가 등 11명 한국 신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회화, 사진, 조각 등 전시되는 미술작품의 장르도 다양하다. 작가 개인들의 창의력에 더해 한국적 이미지와 색채를 입혔다는 것이 PCA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티저 행사에선 내년 5월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전기자동차 레이싱인 포뮬러 E 챔피언십을 기념한 이두원 작가의 작품이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작가는 “자동차 부품에 호랑이 등 한국적 이미지를 그린 뒤 다시 이를 경주용 자동차 모양으로 형상화했다”며 “국내가 아닌 영국 현지에서 재료를 모두 조달해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의 작품 제작비 등 행사에 소요된 비용은 KEB하나은행이 전액 후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5월 서울에서 PCA와 코리안 아이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식에 참석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코리안 아이와 KEB하나은행이 세계 무대에서 현대 미술의 신한류를 만들고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시클리티라 PCA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작가들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한국 신진 작가들의 역량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둘러본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한국 신진 작가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 한국을 대표해 주최측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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