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면서 돼지고기 가격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거듭된 돼지 이동제한조치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뛰어 소비자와의 접점인 대형마트 소매 가격도 급격히 인상될지가 관심사다. 통상 매주 목요일 돼지고기 가격을 조정하던 대형마트들은 26일 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당장 이날은 돼지고기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형마트는 통상 1주일 단위로 목요일에 가격을 조정한다. 이날은 전주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인기가 많은 부위인 삼겹살의 경우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난 19일부터 100g당 1980원에, 홈플러스는 1890원에 팔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가격을 이번주 내내 유지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대형마트별로 남아 있는 비축분을 보면서 도매가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보통 1∼2주일 정도의 비축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날 정오 종료될 예정이던 전국 돼지 이동제한 조치를 48시간 연장하기로 하면서 돼지고기 경매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동 중지 명령이 연장된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경매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이번주 후반에는 인상된 도매가격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사 비축분이 상당 부분 남아있는 상황이고, (돼지 이동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도축된 돼지고기는 다른 권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당장 수급에 큰 무리는 없다"면서도 "이번주 안에 돼지고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잡히지 않으면서 돼지고기 경매가격은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축산유통종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도매시장에서 탕박 기준 돼지고기 평균(등외제외) 경매 가격은 kg당 5097원을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전날인 16일(4403원)보다는 15% 넘게 오른 것이다.
삼겹살 소매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전보다 소폭 오른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공시에 따르면 25일 국산 냉장 삼겹살 평균가격은 100g(중품 기준)당 2129원이다. 16일 소매가(2013원)보다 5.76% 올랐고, 1년 전 가격(2130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다. 다만 평년(2145원)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돼지 사육두수가 평년보다 많다는 점, 돼지고기 수입량과 재고량도 평년을 상회한다는 점 등에 비춰 가격 상승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해외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사태가 장기화된 사례 등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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