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출산과 보육·육아 문제로 인한 ‘M 커브’는 여전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비경제활동 사유는 가사와 육아 문제가 64.3%로 매우 높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넓히기 위한 정책 과제로 보육·육아, 청소·세탁·주방일 등 가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이의 사회적 기초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고용개선법) 도입이 절실하다.
여성 경제활동을 확대할 방안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가사서비스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양질의 가사서비스를 활성화해 시장을 형성하고, 다양한 사회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일반 가정의 서비스 이용에 대한 세액공제나 그 인증기관에 대한 법인세 등 세제 지원, 바우처 제도를 통한 보조금을 제공해 가사서비스 사회화 추세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는 가사서비스에 대한 바우처 구매액의 약 60%를 정부가 지원하며 제도 도입 5년 만에 관련 일자리가 150% 늘어났다.
국내 가사서비스업 실태를 보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가사서비스 플랫폼 기업이 창업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전문화된 가사서비스를 희망하는 시간과 가격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 이런 회사는 가사서비스 종사자에게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시행하고, 물건 파손 등 사후관리의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등 가사서비스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가사서비스의 노동시장 생태계는 급변해왔다. 18~20대 국회에서 10여 년간 입법을 추진해왔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많은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은 직업소개 기관으로서의 단순 알선서비스만 해주는 실정이다.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노동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성’이 부인되고 근로시간, 최저임금, 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도 적용받지 못한다. 가사서비스에 대한 국가인증시스템도 없다. 벤처기업가가 홈매니저·홈마스터 개념을 도입하면서 가사서비스를 전문화해 운영하고 있으나 현행법 위반 소지가 많아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
20대 국회에는 가사서비스시장 활성화를 위한 가사고용개선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을 보면, 인증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교육훈련 등으로 양질의 가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근로계약에 근거한 안정된 고용관계를 통해 양질의 가사종사자를 확보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이용자도 안심하고 가사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 인증제를 통해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가사서비스 제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바우처 제도로 가사서비스를 사회서비스화하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며, 세제지원 및 사회보험료 지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한 경제단체가 가사근로자법 입법을 국회에 촉구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가사서비스를 제공 중인 한 기업은 향후 2년간 최대 1000명의 가사근로종사자를 고용할 계획을 세워 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가사서비스법이 제정되면 일·가정 양립을 통한 여성의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는 정치 쟁점에 매몰돼 있다. ‘민생(民生)’을 위한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정치적 쟁점이 적은 민생 법안은 서둘러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고하며 가사 부담도 완화하는 가사고용개선법을 조속히 입법화하는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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