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멋대로 기업인 호출' 국감 행패,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입력 2019-09-26 18:00   수정 2019-09-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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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을 느닷없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그제 결정은 대한민국 국회의 기본 양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5년 전에 당사자 간 합의로 해결된 일을 빌미로 그룹 총수를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어서다. 특정 개인의 민원 해결에 국회가 앞장서는 것은 국정감사의 취지를 크게 벗어나는 행태이기도 하다.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행패에 가까운 ‘구태 국감’ ‘갑질 국감’임이 곧바로 확인된다. 거래 중단으로 2013년 파산한 후로즌델리가 롯데푸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위남용’으로 신고한 게 발단이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역구 일이라며 2014년 국감 때 롯데 부회장을 불렀고, 이후 합의금 7억원이 지급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민원인은 2016년과 2018년에도 여러 의원을 통해 롯데 측에 ‘원유 50% 납품권’ ‘상품 포장권’ 등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한번 종결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충분한 보상’을 압박하며 그룹 총수까지 부르는 것은 배임 강요이자 ‘국회 권력 사유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공정위는 보건복지위가 아니라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식품위생 점검’이라는 엉뚱한 구실을 붙여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우월적 지위 남용’ 혐의가 짙다. 위생 점검이 필요하다면 담당 임원이나 대표를 부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최근 정무위는 국감에 실무임원을 부르고, 미진하면 종합국감 때 다른 증인을 부른다는 원칙을 세웠다. 보건복지위라고 이런 상식적인 움직임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인 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민원 해결 등의 조건으로 증인에서 슬쩍 빼주는 행태도 빈번하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5일 전경련을 4년 만에 찾아 “기를 펴고 기업할 환경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으겠다”며 변화를 약속했다. ‘쇼’가 아니라면 신 회장에 대한 증인 철회로 그 다짐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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