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해 ‘오래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봉이 더해질수록 급격히 임금이 오르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면 청년 고용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본식 정년 연장 벤치마킹
기재부는 19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20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고령자 고용 활성화 △외국 인력의 효율적 활용 △외국 우수인재 유치 등 세 가지 과제의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특히 주목받았다. 현재 정년인 60세를 넘어 일정 연령까지 고용을 연장하도록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대신 △정년 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을 선택권으로 준다. 어찌 됐든 기업들은 60세 이후까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 사실상의 정년 연장으로 평가된다. 일본도 2006년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2013년 정년 65세를 완성했다.
정부는 또 다른 대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을 제시했다. 정년을 정하지 않는 대신 국민연금 수급 연령까지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이런 방법을 통해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OECD 방식은 정년이 없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방법이라 한국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부터” 지적도
정부가 정년 연장의 군불을 때는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와 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있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3757만 명) 역사상 처음 줄었다. 지난해 3763만 명으로 약간 늘었지만 올해 다시 감소해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3%에서 내년 15.7%, 2025년엔 20.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노인 복지에 들어가는 세금이 급증한다. 노동력 감소와 복지지출 급증 문제를 막기 위해 고령자를 60세에 은퇴하게 놔둘 게 아니라 그 이후까지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경직된 노동시장이다. 한국은 호봉이 높아질수록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성과가 낮은 근로자도 교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가 급격히 오른다. 이는 신규 채용 위축,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건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우수인재 도입 확대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카드로 외국 인력 도입 확대를 제시했다.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용 비자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우수 인재를 많이 영입하면 노동력 확충에 도움이 되고 내국인의 반발도 덜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한국에서 오래 일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준다. 현재 고용허가제(E-9) 등 비자를 받고 입국해 4년10개월 근무한 외국인은 3개월간 출국해야 재입국이 가능하다. 이 기간을 1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교사 인원을 줄여가기로 했다. 저출산으로 초·중·고교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교원 규모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군 입대 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데 대한 대응책도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다. 의경·해경 등 전환복무와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를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NIE 포인트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진행 상황이 어떤지 정리해보자. 정년을 연장했을 때 사회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토론해보자. 다른 나라들은 정년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보고 한국에 맞는 제도 운영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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